[사설]日 민주당은 3년 전 무상복지 공약 사죄하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무상복지 공약’을 내걸고 집권한 일본 민주당이 이에 대한 사죄로 차기 선거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당초 민주당은 정책보고회에서 공약이행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제대로 이행된 공약이 없어 보고회를 국민 앞에 반성하는 자리로 바꾸기로 했다. 정책의 타당성과 재원조달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일본 민주당의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대선후보들이 무상복지 공약을 남발할 경우 당선되더라도 임기 첫해인 내년부터 정책혼란과 재정위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경제정책을 다뤄본 전직 관료들은 고언(苦言)한다.

일본 민주당은 3년 전 중학생 이하 전 아동에게 월 2만6000엔의 아동수당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휘발유세 폐지, 고교 수업료 실질적 무상화, 최저연금제 도입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집권에 성공했지만 재정난, 저성장,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겹쳐 세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자 대부분 공약을 부도냈다. 아동수당은 공약한 금액의 절반인 1만3000엔을 지급하다 그나마 소득제한제를 도입했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통행료를 없앴지만 지역경제에 별 도움은 안 되고 교통체증만 심해지자 폐지했다. 고령자에게 월 7만 엔의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백지화했다.

우리 대선의 포퓰리즘도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반값 등록금을 비롯해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최저임금 인상, 심지어 무상의료 공약까지 나왔다. 강봉균 전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등 재정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건전재정포럼은 새누리당 복지공약 이행에는 5년간 40조 원, 민주당의 경우 122조 원이나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 리더십 교체가 마무리되고 돈을 푸는 방식의 긴축 완화 효력이 끝나는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최악의 경제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재정이 확보되지 못하면 복지공약은 휴지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모두 일본 민주당의 무상공약 실패를 거울삼아 지금이라도 복지 공약을 정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일본 민주당#무상복지#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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