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시간으로 6일 밤 차기 미국 대통령이 결정된다. 올해 미국 대선은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여섯 번째지만 중국 관점에서 이번처럼 여야 후보의 대중(對中)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없었다. ‘덜 나쁘냐’ ‘더 나쁘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중국으로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을 하든, 밋 롬니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향후 4년간 대미(對美) 관계에서 비교적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다.
역대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 문제였다. 올해는 경제 문제에 중국 이슈가 연계됐다. 오바마와 롬니는 중국을 미국 경제 쇠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롬니는 백악관 입성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다시는 중국에서 단 1달러도 빌리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일자리를 훔쳐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이에 질세라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수입을 줄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그는 중국산 자동차부품과 풍력발전사업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중국을 미국 경제의 희생양으로 삼는 건 도의에 어긋나고 공평하지 않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물가를 안정시키고 통화팽창을 억제하며 국민생활의 질을 보장해준다.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 공정한 경쟁은 미국이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이래 40년간 중국에 요구해 온 ‘아메리칸 스탠더드’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제 중국이 미국에 “우리는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 공정 경쟁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롬니가 비록 무역과 통화정책에서 오바마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20년의 양국 관계에서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오바마가 집권한 최근 4년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여덟 번 제소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 동안의 제소 건수는 7건이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내놓은 반(反)덤핑 및 반보조금 조치는 39건이었지만 부시 정부는 8년간 50건이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가 재선돼도 양국 간 무역 및 금융 마찰이 격화될 것이다. 그가 당선된 것은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추가로 4년을 허락함으로써 중국 옥죄기를 통해 미국 경제를 회생시켜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롬니가 승리하더라도 중국을 즉각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중-미 간 교역액이 4466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런 행위는 무역전쟁에 따른 공멸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롬니 역시 중국과 강한 대립각을 세울 것은 분명하다.
결국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보호무역 흐름은 계속될 것이며 이른바 ‘중국이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가 양국 무역 관계를 규정하는 주된 화두가 될 것이다. 특히 수출이 두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은 30%, 미국은 15%라는 점에서 미국은 강경한 대중 무역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다.
국제 안보 측면에서도 두 후보는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리밸런싱 전략)’은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 모두 당선 이후 리밸런싱의 틀 안에서 중국 봉쇄전략을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6일 나올 미국 대선의 결과에 중국인들은 특별한 기대나 호불호(好不好)를 가지기 어렵다.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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