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론하는 것이 “일본이 1998년 투표 마감시간을 2시간 연장한 후 투표율이 10%가량 올랐다”는 주장이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일본에서 투표시간 연장 이후 처음 실시된 2000년 중의원 총선의 투표율은 62.49%. 직전인 1996년 총선의 59.65%보다 2.84%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그나마 2003년 총선에서 투표율이 다시 59.86%로 떨어져 투표율 상승 효과는 사라졌다.
자살과 사망 구별 안한 공지영
물론 2005년과 2009년 총선의 투표율은 각각 67.51%, 69.28%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투표시간 연장의 효과가 7년 혹은 11년이 지나 나타났다고 보는 것은 누가 봐도 우습다. 이 경우 투표율 상승은 여야 간에 접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05년 총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우정민영화 법안 부결에 분노해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격렬한 쟁점이 형성된 선거였다. 2009년 총선에서는 현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1955년 이래 11개월을 제외하고 줄곧 여당이었던 자민당을 무너뜨렸다.
작가 공지영의 최근작 ‘의자놀이’는 쌍용차 해고사태를 다룬 자칭 르포다. 그러나 르포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살자의 수라는 기본적 사실조차 틀린다. 쌍용차 해고자 측에 따르면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중 22명이 사망했고 그중 자살자는 12명이다. 그러나 작가는 “똑같은 원인으로 스물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40쪽)”라고 썼다. 148쪽에서는 더 심각한 혼동도 눈에 띈다. 작가는 “22명의 자살자까지 아무도 유서가 없다”고 하다가 바로 그 다음 문단에서 해고자 심리치료를 해온 정혜신 씨의 말을 인용해 “자살자는 12명”이라고 썼다. 모든 사망자를 자살자로 본 작가의 혼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난해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기고 죽었다고 한 신문이 보도했다. 이 보도가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최 씨가 다니던 대학의 교수였던 소설가 김영하 씨가 ‘최 씨는 아사(餓死)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최 씨의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샘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었다”며 “최 씨는 재능 있는 작가였으며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다”고 썼다. 그러나 최 씨의 죽음을 ‘아사’로 키우고 싶어 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고 결국 소설가는 인터넷 절필(絶筆)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조사결과 최 씨의 쪽지에 ‘남는 밥’이란 표현은 없었다. 사실 아닌 말, 대가 치르게 해야
어제 끝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팩트 체커(fact checker·사실 확인 전문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일은 후보가 사실을 말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TV토론에서 “공영방송 PBS의 빅버드(어린이 방송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인공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PBS를 계속 지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광고에서 “롬니가 빅버드를 죽여 세금을 부자에게 돌려주려 한다”라고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인기가 높은 세서미 스트리트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팩트 체커에 의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대선후보와 캠프에서 성명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곧 후보자 간 TV 토론도 진행될 것이다. 팩트 체크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주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유권자들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 후보를 벌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도 틀릴 수 있다. 문제는 틀린 것을 알고도 바로잡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 여부를 놓고 장난치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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