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했다는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의 진위를 놓고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민도 대통령 후보의 외교, 안보, 통일 등 대외 관련 업무 수행 능력과 자질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대선에 북풍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대외 업무 분야에 대한 후보의 자질 검증은 선거 전에 반드시 철저히 수반돼야 한다. 그간 우리는 대통령 후보들의 사생활, 비리 관련 사항, 병역 문제, 재산 축적 문제 등 주로 국내 업무 수행의 적정성에 초점을 맞춰 후보 자격을 검증해 왔다. 물론 이 분야의 검증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국과 북한이라는 껄끄러운 국가들을 상대해야 하는 미묘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어느 하나 쉬운 상대가 없다. G2가 포함돼 있고 일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다. 이 국가들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대외 업무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마치 험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선장을 뽑는데 그 지원자가 나침반을 읽을 줄 아는지조차 점검하지 않은 채 가장 친절한 선장을 골라 항해하겠다는 얘기다.
국제사회는 험한 바다보다 더 거칠다. 정상회담은 이 선장들 간에 항로를 놓고 대결하는 장소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한마디 말실수나 부적절한 동작 하나도 엄청난 국익 손실을 초래할 수가 있다. 그래서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는 청와대의 전 직원이 총동원돼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주무를 담당하며 대통령실장이 총괄을 하는 게 보통이다. 수석은 정상회담의 목적과 목표를 설정해 이를 실장과 상의한 후 대통령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는다. 그후 수석은 이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준비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꼭 해야 할 ‘말씀’과 예상되는 상대방의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을 ‘말씀 자료’라는 명목으로 보고한다. 대통령이 이를 철저히 숙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말씀 자료’가 바로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영토 문제를 ‘땅 따먹기’로 희화화한 비유는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 자료’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 만약 ‘말씀 자료‘에 없는 엉뚱한 발언을 대통령이 했다면 이는 대통령 자신과 그와 가까웠던 참모들이 나침반을 무시하고 배를 몰았다는 얘기다. 그로 인한 후유증은 이미 일부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더 나타날 것이라 생각된다.
40일 후면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새 대통령은 취임 후 곧 NLL과 유사한 상황이 조성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독도와 이어도 문제에 당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중국 또는 일본이 이 섬들과 관련해 우리와 심각한 대치를 하게 될 경우 고도의 대외 업무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현재 센카쿠 섬을 둘러싸고 무력시위까지 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이와 유사한 행동을 우리에게도 한다면 새 대통령은 어떻게 이에 대처할 것인가. 엄청난 국가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이 예측되는 현실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의 대외 업무 능력과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마땅히 있어야 한다.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국민도 후보의 대외 업무 수행 능력과 자질을 철저히 짚어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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