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準戰時 선언 또 무슨 꿍꿍이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북한이 최근 ‘준전시(準戰時) 상태’를 선포하며 심상치 않은 군사동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전시 상태는 비상사태 아래서 군 최고사령관 명의로 북한군과 전체 무장집단에 하달하는 작전명령이다. 북한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1993년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2010년 연평도 도발 직후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현재로서는 별다른 외부 위협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무슨 꿍꿍이로 은밀한 군사명령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

북한이 지난달 일부 탈북자단체의 전단 살포 계획을 겨냥해 “사소한 전단 살포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준전시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은 북한군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조치로 파악하고 있지만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지난달 17세 북한 소년병이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하고 남한으로 탈출한 뒤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를 찾아 “불순 적대분자들을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리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방문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를 당부한 것을 빌미 삼아 적대감을 고취하기 위해 군의 경계태세를 높였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남한의 정권교체기에 무력도발을 자행하는 버릇이 있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지도부 교체가 이루어지는 어수선한 시기에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안보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점검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의 대선을 지켜보며 남북관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전략 수립에 골몰할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북한이 정세를 오판(誤判)할 소지가 있는 발언이나 공약을 함부로 해선 안 될 일이다.
#북한#준전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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