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50여 차례 개편됐지만 그 효과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진 적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조직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반복되다 보니 선거철만 되면 부처 신설과 개편 공약이 쏟아진다. 후보들이 저마다 정치 쇄신을 강조하고 있는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와 ICT(정보방송통신)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일자리청,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미래기획부 신설을 약속하며 ‘작명(作名)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역할을 하는 부처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해양수산부 등 과거에 통폐합된 부처를 되살리겠다는 공약도 나와 있다. 기회균등위원회(박 후보), 사회적경제위원회와 국가일자리위원회(문 후보), 재벌개혁위원회와 교육개혁위원회(안 후보) 등 기존 정부부처와 기능이 겹치는 ‘옥상옥(屋上屋)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조직을 새로 만들게 되면 인사 총무 등 지원 인력까지 덩달아 불어난다. 경제위기에 따라 정부의 역할이 늘어날 필요가 있을지는 몰라도 직역단체와 공무원의 표심 잡기를 위한 부처 신설은 위기 극복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민간부문보다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시장은 위축되고 국가경쟁력은 추락한다. 국가부도 위기에 놓인 그리스는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일 정도로 ‘큰 정부’를 지향했다. 큰 정부는 국민에게 복음(福音)이 아니라 재앙이다.
미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신설된 정부부처는 9·11테러 이후 만들어진 국토안전부뿐이다. 외국의 공무원들은 “한국 정부기관의 이름이 자주 바뀌어 누가 파트너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현 정부 들어 지식경제부(Ministry of Knowledge Economy)가 출범하자 해외에서 “학술연구 부서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현 정부에도 과연 꼭 필요한지 의문인 부실 위원회가 상당수다. 정권 교체기에 부처끼리 제 밥그릇을 챙기려고 다툼을 벌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시스템 안정에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싸고 설전이나 벌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공약은 찔끔찔끔 내놓고 부처 신설 약속으로 바람을 잡으면 국민은 혼란스럽고 공무원은 제 할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 공무원들은 “이러다가 또 짐을 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후보들은 정부 조직개편 운운하기 이전에 정책 조정이나 예산 배분으로 문제를 푸는 현실적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조직개편이 꼭 필요하다면 그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