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은 아들 세종이 책 읽기만 좋아하고 움직이기를 싫어해 갈수록 몸이 비대해지는 것을 걱정하고 충고했다. 세종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육식을 특히 즐겼다. 조선 왕들이 좋아하던 사냥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30대 중반부터 안질(眼疾)을 앓은 세종은 말년에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어 바로 앞에 서 있는 신하의 얼굴도 몰라볼 정도였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그는 부종 수전증 같은 여러 가지 병을 앓아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같은 상태였다. 당뇨합병증이 전신에 나타났던 것이다.
▷당뇨 환자의 발에 생긴 작은 상처가 감염으로 괴사(壞死)해 발을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이 무서운 건 이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발생하는 합병증 때문이다. 만성 신부전이 와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투석치료로 핏속 노폐물을 걸러내야 하거나 망막의 혈관이 손상돼 실명(失明)하기도 한다. 심근경색 협심증 뇌중풍(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합병증은 생명을 위협한다. 웬만큼 진행되기 전까진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당뇨병은 고혈압과 함께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전통의학은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의 삼다증(三多症)을 당뇨 증세로 봤다. 이런 증세가 없어도 일단 혈당치가 높게 나오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초기부터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 위험이 2.3배 높아진다. 의사들은 “당장 아픈 데가 없다고 환자들이 문진표의 ‘당뇨’ 항목에 체크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뇨를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많은 환자가 불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혈당 측정도 소홀히 해 병을 키운다. 당뇨 관리를 환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가족 대상 교육을 함께 실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30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당뇨 환자로 집계됐다.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는 10명 중 3명꼴이다.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절반이 환자이거나 잠재적 환자였고, 30∼44세 환자의 절반은 본인이 환자임을 모르고 있었다. 당뇨는 생활습관에서 기인하는 병이다. 유전적 요인도 크지만 운동하고 체중 줄이고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일단 발병하면 평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잘 관리해 합병증을 막는 일이 최선이다. 당뇨병 관리를 잘하면 개인은 건강해져서 좋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보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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