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LIG그룹의 구자원 회장 3부자를 모두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사기성 기업어음 발행과 분식회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회장의 장남이자 LIG그룹 최대주주인 구본상 부회장은 구속 기소,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LIG건설은 파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1900억 원대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CP 매각대금으로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오너 소유의 계열사 주식을 되찾아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IG넥스원 및 LIG손해보험 주식이었다. LIG건설이 파산하면 구 회장 일가가 이들 회사의 지분 및 경영권까지 잃게 될 위기를 맞자 CP를 팔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LIG건설은 CP 매각대금이 들어오자 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CP는 대부분 부도 처리됐다. 개미투자자 800여 명이 손해를 봤다.
CP는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만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무보증 어음이다. 당연히 발행 조건이 까다롭다. CP를 발행하려면 B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A등급 이상 기업의 CP만 유통된다. 파산을 코앞에 둔 회사가 CP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1500억 원대의 분식회계 덕분이었다. 이 회사는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한 시점까지 금융기관에 ‘그룹이 LIG건설을 전폭 지원한다’는 허위 자료를 돌렸다. 검찰은 LIG건설이 아예 작정을 하고 개미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복잡한 경제범죄 용어를 동원할 것도 없이 기업이 사기를 친 것이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대기업이 선량한 투자자의 돈을 가로챈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경제민주화의 잣대를 들이댈 것도 없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건전한 기업까지 욕먹게 한다. 전부터 이런 불량 기업인들을 단호하게 처벌했더라면 반(反)기업 정서가 요즘처럼 심화하지 않았을 것이고 경제민주화 논란도 과열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투자자와 소비자의 믿음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 기업들은 준법경영, 윤리경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엉성한 CP 신용평가 공시 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