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중국의 제1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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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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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퍼스트레이디를 ‘제1부인(夫人)’이라고 한다. 시진핑(習近平) 신임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의 미래 못지않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제1부인이 된 펑리위안(彭麗媛)의 역할이다. 펑은 미모와 고운 노래 솜씨로 1980년대부터 국민가수 반열에 올랐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시진핑의 아내 펑’이 아니라 ‘펑리위안의 남편 시’라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펑 여사가 중국 제1부인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자질을 지녔다고 보도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상 제1부인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초대 국가주석인 류사오치(劉少奇)의 부인 왕광메이(王光美)형, 초대 당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악처 장칭(江靑)형, 후진타오(胡錦濤)의 부인 류융칭(劉永淸)형이다. 명망가 집안에서 귀티 나는 외모와 좋은 머리로 태어난 왕 여사는 어려선 수학 천재였고 중국 여성 최초의 원자물리학 석사이며 영어가 유창했다. 해외 순방길에 오른 남편을 ‘치파오 외교’로 내조했다. 우아한 맵시와 프랑스어 발음으로 ‘미국은 유럽의 양자’라는 미국인의 콤플렉스를 날려버린 재클린 케네디 여사를 연상시킨다.

▷장칭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지정한 마오의 5대 비서 중 ‘생활비서’였다. 처음엔 ‘솔직하고 예절바른 현처양모’였지만 마오의 딸을 낳은 뒤로는 기고만장해져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혁명을 이끌었다. 왕 여사도 남편과 함께 문혁의 피해자였는데, 문혁의 원인 제공자로 보는 관점도 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왕 여사가 화려한 제1부인으로 시선을 독차지하는 사이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배우 출신 장칭의 질투심이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커졌다는 해석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부인 줘린(卓琳)부터 류 여사까지 제1부인들이 자신의 역량과 무관하게 줄줄이 존재감 없이 지내온 건 장칭의 폐해에 대한 반작용이었을 것이다. 펑 여사는 시 신임 총서기의 큰 자산이다. 그는 남편과 아나운서의 염문설이 터진 후에도 “시는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라며 힐러리 클린턴처럼 남편 곁을 지켰다. 남편이 경쟁자인 리커창(李克强)을 눌렀을 땐 부인 덕을 봤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재로서는 ‘생활비서’ 장칭도, 그림자형 류융칭도 아닌, ‘치파오 외교’의 왕광메이처럼 중국의 소프트 파워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중국#제1부인#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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