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그제 ‘새정치공동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의 정치 쇄신안을 내놓았으나 아직은 두 후보의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 더구나 ‘의원정수 조정’이란 문구를 놓고도 문 후보 측은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되는 사람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안 후보 측은 ‘의원정수 자체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 쇄신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쪽의 의욕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감하는 부분을 추려 국회에서 법제화를 해야 실현할 수 있다. 정치인 등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정치 쇄신을 이루려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까지 세 후보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다.
새정치공동선언 내용 가운데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인사제청권 보장, 각 부처의 인사권 보장, 민간인으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상시 운영,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는 박 후보가 제시한 정치 쇄신안과도 일치한다. 박, 문, 안 세 후보는 이것 말고도 각각 상당한 분량의 정치 쇄신안을 제시한 바 있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치 개혁을 추진했다. 세 후보의 쇄신안은 비슷한 내용이 많으므로 서로 만나 대화를 한다면 공통의 안을 만들어 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제안한 ‘정치쇄신 실천 협의기구’ 구성이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세 후보 측과 전직 국회의장,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기구를 구성해 정치 쇄신안을 도출한 뒤 세 후보가 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하자는 것이 안 위원장의 제안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당초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야권후보 단일화 이후 논의하자는 태도를 보이다 어제 안 후보가 직접 나서 수용했다. 문 후보 측은 환영 의사를 보이며 여야 원내대표단 회담까지 제의했다가 이후 투표시간 연장 문제와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 쇄신은 누가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든,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성사시켜야 할 국민적 시대적 과제다. 세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정치 쇄신을 말했다면 공동의 쇄신안 도출을 위한 회동을 미룰 이유가 없다. 정치 쇄신은 확고한 법치의 실현을 전제로 해야 한다. 새 정치는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일이고, 민주주의의 완성은 법의 지배가 정착될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