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남권 신공항 논의, 대선 뒤로 미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영남지역의 신공항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부산에 내려가 “입지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가덕도 신공항 유치’ 공약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적인 고려 없이 국제 기준에 맞춰 누구나 수긍할 수 있게 정할 것”이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 관계자가 “수개월간 검토했으나 (경남 밀양처럼) 산을 깎아서 대형 공항을 만드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며 ‘가덕도 지지’를 연상시키는 말을 흘렸다.

영남권 신공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 검토를 지시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대구 경북 경남 울산 주민들은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부산 쪽은 ‘가덕도 신공항’을 요구해 팽팽히 맞섰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진행된 논쟁은 지역 갈등으로 번져 국론 분열을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평가에서 ‘둘 다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 백지화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렇게 폐기된 신공항 논의가 정치권의 대선 전략으로 되살아나면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적 비효율을 반복할 우려가 크다.

밀양을 지지하는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그제 “전문가들의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이 나온다면 밀양을 주장하지도, 가덕도를 반대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신공항은 꼭 지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긴 하지만 불필요한 지역 갈등은 막겠다는 성숙한 자세다. 부산도 냉정을 찾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국책사업 공약이 남발되다 보면 지역이 분열되고 자원을 낭비하는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전국이 두세 시간 생활권으로 편입된 KTX 시대에 신공항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는 선거와 무관하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나 정당이 이 문제를 거론하다 보면 지역 유권자들은 공약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면 누가 당선되든 정책이 왜곡되고 입지에서 밀려난 지역 주민이 승복을 못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영남권 주민 1300만 명의 편익 문제가 걸려 있고, 10조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신공항 관련 논의는 대선 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선#신공항#영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