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8대 대선후보 등록 첫날인 어제 등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대선전의 막을 올렸다. 박 후보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고 모든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의 막중한 책임과 정권교체의 역사적 책임이 제게 주어졌다. 무거운 소명의식으로 그 책임을 감당하고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정치를 마감하겠다며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문 후보는 총선 출마 때의 약속처럼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선은 이념적으로 보수우파 대 진보좌파의 성격을 띠게 됐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 남성의 대결 구도가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어서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이라는 구도를 띠는 것도 불가피하게 됐다. 박 후보가 호남, 문 후보가 부산경남 지역에서 어느 정도 표를 얻을지가 관심사이긴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지역 구도는 옅어진 편이다. 오히려 한 집안에서도 세대별로 투표 성향이 달라져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 후보가 일자리를 걱정하는 젊은 표심을 얼마나 잡을지, 문 후보가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노·장년층 세대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두 후보의 공약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 대북정책 같은 이슈와 제주해군기지 같은 현안에서는 정당의 이념에서 비롯된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국가의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박정희 대 노무현’의 프레임에 갇혀 지나치게 과거 회고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초전에서부터 문 후보 측은 박 후보를 상대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걸고넘어졌다. 박 후보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과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을 들추면서 문 후보를 공격했다.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 자질 같은 대선의 본질과 상관없는 과거사 공방으로 선거전이 치닫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북한 변수는 언제든 우리의 안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세계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국민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후보들의 비전을 살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 자신과 한국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을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