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정희 심상정 ‘단일화 꼼수’ 부리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어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 연대를 묻는 질문에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사실상 단일화 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도 어제까지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야권 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선거에서 정당의 후보로 선택됐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힘쓰는 것이 후보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후보 등록 첫날 이름을 올리고 기호 3번을 받자마자 민주당에 연대의 신호를 보냈다. 정당 후보로 등록한 것인지, 단일화극(劇)의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나선 것인지 알 수 없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4일 조사한 대선후보 지지도는 심상정 후보 0.4%, 이정희 후보 0.1%다. 추정 선거권자(4052만 명)로 치면 각각 16만 표, 4만 표는 되는 셈이다. 두 후보가 또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선다면 ‘야권연대’라는 허울을 앞세워 표를 몰아줄 테니 몫을 달라고 정치 흥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 대선후보 등록이 끝나면 선관위는 모레 후보를 내놓은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이 없지만,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후보가 중도에 사퇴해도 보조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통진당은 25억여 원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진당의 선거 용역을 도맡다시피 한 이석기 의원은 선거용역 업체인 CNC의 ‘국고(國庫) 사기’ 사건에도 연루돼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대선후보가 중도에 사퇴할 작정으로 후보 등록을 하고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정당보조금만 챙긴다면 세금을 내는 국민 모욕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국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는 정치세력과 연대할 생각이 없다”라고 통진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다.

심 후보도 단일화에 참여할 의도라면 아예 등록을 하지 않고 보조금 20억여 원도 챙기지 않는 것이 평소 강조하던 진보의 도덕성에 부합한다. 말로는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보조금이나 단일화를 통해 배분될 자리를 노리고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진보’ 아닌 ‘퇴보’ 정당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한 표가 아쉽다고 이들 정당과 야권연대를 하겠다며 지루한 단일화 흥정으로 국민에게 다시 한번 정치 피로감을 안겨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정희#심상정#단일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