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로호 위성은 북한 미사일과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북한이 또 동창리 미사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이달 초 평양 산음동 병기공장에서 미사일 부품을 실은 화물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옮겨지는 장면을 위성으로 포착했다. 미사일 발사체가 아직 세워지지 않았고 연료 주입 단계는 아니라서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남한의 선거 때면 어김없이 발동하는 북한의 도발 병이 도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뒤인 올 4월 북한은 김일성 100회 생일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으나 공중 폭발했다. 19개국 외신기자 6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한 ‘광명성 3호’의 실패로 공개 망신을 당한 북한은 7개월 동안 로켓 엔진을 실험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북한은 29일 한국의 나로호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남한의 위성 발사는 허용하면서 북한만 제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의 발사체가 인공위성이건, 장거리 로켓이건, 미사일이건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2009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대한 단죄(斷罪)의 의미로 국제사회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행위를 일절 금지했다. 북의 후견국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상임이사국이 찬성했다. 북한이 진정 평화적인 우주 개발 권리를 행사하려면 길은 한 가지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실천 의지를 보여 주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한 뒤 6자회담으로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한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시험해 볼 의도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얀마를 방문해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통한 평화의 길을 걷지 않을 경우 더는 인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은 오판하지 말고 국제사회와 대화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
#나로호#북한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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