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 같은 국제학교 수도권에도 세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제주도가 국제학교와 중국인 관광객 효과로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제주지역 국세 징수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다. 제주도 3개의 국제학교에는 학생 1400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 1인당 연간 유학비용 및 생활비를 7000만 원으로 잡을 경우 국가 차원에서 올해에만 1000억 원의 유학비용이 절감됐다. 2015년부터는 절감액이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학교 설립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조기유학 수요를 줄이려는 이중 포석이다.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도 2010년 개교한 채드윅 국제학교가 있지만 재학생 수가 적어 적자를 내고 있다. 입학 요건이 까다롭고 내국인 입학비율이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돼 생기는 일이다.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일부 학부모가 과테말라 같은 곳에서 국적 세탁을 했다가 적발됐다. 반면 제주도 국제학교는 입학 자격이나 비율에 제한이 없어 내국인도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다.

정부가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 이런 국제학교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비싼 학비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과 전체 공교육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연간 1500만∼3000만 원의 수업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유학비용의 30∼50% 수준이다. 진작부터 이런 학교가 있었다면 기러기 가족과 조기유학의 폐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권은 보장돼야 한다. 전교조식 평등교육만으로는 미래 세대들이 세계화 물결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다투어 일자리 창출 및 규제완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도 제조업 위주로만 풀어선 한계가 분명하다. 서비스 규제완화라는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교육 의료처럼 조금이라도 반대가 예상되는 분야에선 발을 빼는 방식으로는 국내 서비스산업의 선진화가 요원하다.

정부는 제주도의 국제학교들이 외국인 학생들까지 찾아오는 ‘아시아의 교육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양질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수도권에 이런 학교를 세우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내의 자율형사립고나 미국의 기숙학교(보딩 스쿨)처럼 정원의 10∼15%를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에서 뽑아 장학금을 주는 일이 바람직하다. 국제학교가 문호를 확대해 입학생의 계층 구성을 다양화한다면 미래의 인재를 위한 좋은 ‘사다리’가 될 것이다.
#제주도#국제학교#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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