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신남식]소백산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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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야생동물의학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야생동물의학
지난달 31일 경북 영주 소백산국립공원 지역에 시험 방사된 여우 한 쌍 중 암컷이 6일 방사 지점에서 5km 떨어진 민가 아궁이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21일에는 수컷이 14km 떨어진 지점에서 덫에 걸린 상태로 발견되어 치료 중이다.

그간 방사 시기와 행동권 판단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겨울 추위 때문이다 등등 다양한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단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좀더 세밀한 분석을 통해 향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먼저 방사 개체의 훈련기간이 너무 짧고 방사 시기가 이른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방사된 여우는 4월 서울동물원에서 출생한 개체들로 8월에 현지로 이동해서 40∼50일간의 짧은 적응훈련을 거쳐 6개월령에 방사되었다.

자연 상태에서는 어미와 같이 지내면서 야생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완전히 익힌 후 대부분 성성숙(性成熟·가축이 새끼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 되기 전 가을에 어미 곁을 떠나지만 이번에 방사된 여우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어미로부터 야생에서 살아가는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적응훈련에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 충분한 적응훈련을 하면서 겨울을 보내고, 먹잇감이 풍부하고 활동하기 좋은 봄철에 방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다음으로 여우의 영역과 이동거리를 판단할 때 안정된 상태의 활동범위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여우는 번식기와 새끼를 양육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독생활을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여우의 활동영역은 1∼16km²로 계절과 지역, 먹이분포에 따라 다양하다. 그리고 새끼가 어미 곁을 떠나 새로운 영역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일반적으로 수컷은 40km, 암컷은 10km의 거리를 이동한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안정된 상태의 평균영역인 12km² 내에서 3∼4km를 이동거리로 추정하고 방사를 했다면 많은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방사지역 인근에 허가된 수렵장의 경계도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방사 시에는 최대의 행동권과 이동거리를 감안한 방사와 모니터링 계획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방사는 종합적인 복원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시험방사로서 야생에서의 적응력을 확보하고 서식환경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여우는 생후 10개월이면 성성숙이 되고 1년에 한 번 번식을 하지만 한배에 평균 5마리를 낳는 다산성 동물이다.

올해 방사된 여우는 내년 봄에 번식이 가능하고 이후 매년 번식이 된다면 산술적으로 볼 때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서식지 관리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생태계의 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추후 시험방사 시에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모니터링에는 위치추적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위치추적 방법과 함께 여우가 이동하는 지점을 실시간에 좌표로 받아보는 방법 등을 병행한다면 좀더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에 죽은 암컷 여우 위 속에는 쥐와 나무열매가 있었다고 한다. 먹이 확보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사인(死因)을 밝히는 데 세밀한 조사와 검사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야생동물에게 최대의 적인 밀렵을 근절할 대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당장 추가로 방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원인분석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복원을 필두로 우리나라 멸종위기 동물의 복원사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일들이 기술 향상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야생동물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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