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미국에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다룬 책 ‘라이벌로 짠 팀’이 화제였다. 공화당 내 경선 라이벌이었던 헨리 수어드를 첫 번째 국무장관에, 자신을 ‘팔 긴 원숭이’라고 모욕했던 민주당원 에드윈 스탠턴을 국방장관에 앉히는 등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내용이다. 2008년 대선 기간에 이 책을 탐독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해 4년을 함께했다.
▷3주 전 오바마 재선으로 끝난 대선 직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이 미국에서 개봉됐다. 영화 속의 링컨은 4년 전의 책과는 딴판이다. 노예제도 폐지를 담은 수정헌법 제13조의 의회 통과를 관철하기 위해선 포용은커녕 협잡과 술수를 서슴지 않는 정치인으로 그려졌다. 아무리 위대한 비전도 진심(眞心)과 선의(善意)만으로 이룰 수는 없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는 “대통령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다”며 무대를 떠났지만, 링컨은 더 많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정직한 에이브’라는 명예뿐 아니라 목숨까지 바쳤다.
▷요즘 오바마는 ‘재정 절벽(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에 따른 경기 급강하)’ 해결을 위해 대선 때 공화당을 지지했던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연쇄 회동을 하며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어제는 대선에서 격돌했던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까지 백악관으로 초청하면서 “양당이 몇 주 안에 큰 틀에 합의하기를 바란다”며 의회 합의를 촉구했다. 오바마가 이번에는 스필버그 영화 속의 링컨한테서 또 배운 걸까.
▷링컨이 자살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미국 터프츠대 의학교수인 나시르 가에미는 ‘너무 다면적이어서 더 위대한’ 링컨 리더십의 배경을 우울증에서 찾는다. 링컨은 우울증세가 있었기에 남들이 가볍게 보는 현실도 엄중하게 뜯어보았고, 라이벌과 흑인 그리고 적군들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노예해방과 미국통합을 다 성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남북전쟁 같은 비상(非常)한 위기 때 국가 리더십의 특이한 한 단면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심신이 정상적이어야 한다. 우울증 없이 링컨처럼 현실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공감 능력을 발휘할 리더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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