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는 비싼 가격 때문에 ‘벤츠 유모차’로 불린다. 한국은 이 회사 제품인 169만 원짜리 ‘익스플로리’의 최대 시장이다. 작년 세계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남미와 북미를 합한 것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 하지만 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ICRT)가 평가한 결과 익스플로리의 품질은 전체 6개 등급 중 4등급이었다. 국내 유모차 브랜드인 ‘리안 스핀’(69만8000원)은 절반 가격이지만 3등급을 받았다. 11개 평가 대상 제품 중 2등급으로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둔 이탈리아산 ‘잉글레시나 트립’은 36만8000원으로 가장 싼 편이었다.
이번 평가는 한국 영국 홍콩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6개국 소비자단체가 이른바 ‘브랜드 제품’들을 ICRT에 의뢰해 이뤄졌다. 따라서 자국 제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애국적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평가 대상이 된 유모차들의 품질과 가격 사이에는 결론적으로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다.
유모차처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 소비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힘들다. 시장이 불공정하지만 않다면 자유로운 선택이 전체 파이를 키운다. 하지만 익스플로리 사례에서 보듯 최근 고가(高價) 수입 유모차의 국내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스토케의 유아용 식탁의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소비자들이 유모차보다 오랜 시간 집에서 사용하는 식탁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는 합리적인 구매 행태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모차는 20만∼30만 원대의 실용적인 제품이며 가볍고 간편한 10만 원대 또는 그 이하 제품도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과시 소비를 무조건 추종하기보다 자녀의 나이, 발육 정도, 사용 목적, 생활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한 소비 활동이다.
이번 평가에서 과시적 성격이 강한 제품의 허실이 드러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국내 소비자단체가 임의로 평가하지 않고 외국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신뢰성 있는 국제기구에 의뢰했으며 평가 항목도 기동성, 짐 보관, 운행편리성, 접기, 등받이 조절 등으로 합리적으로 구분해 설득력을 높였다. 소비자운동은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객관적 평가와 투명한 정보 공개로 소비자 선택에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