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동연]로또복권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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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복권위원장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복권위원장
며칠 전 대학로에서 지인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지인들은 20대에서 50대까지 걸쳐 있었고 직업도 대학생부터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취업 준비생 등 다양했다. 가수 김장훈 씨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자원봉사자 모임인 ‘행복공감봉사단’ 단원이다. 주로 봉사 ‘무용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홀몸 어르신께 했던 삼계탕 대접과 마사지 봉사, 김장하기 어려운 가구를 위한 김장 봉사, 달동네에 사는 분들을 위한 연탄 나르기….

이번 주로 로또복권 발행 10주년을 맞았다. 도입 초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수십 개로 난립된 복권이 로또복권으로 통합되면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복권이 건전한 오락문화로 정착되는 추세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불법 사행산업의 상당 부분이 로또복권으로 흡수되었고, 복권의 유통 채널이 간단해지면서 투명한 복권 판매 질서도 확립됐다. 작년에는 고령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연금복권을 출시하기도 했다.

‘나눔과 봉사’라는 복권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는 데도 큰 진전이 있었다. 1000원짜리 복권을 한 장 구입하면 600원은 당첨금과 비용으로 나가지만 400원은 공익사업에 쓰인다는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놀란다. 1년 복권판매액이 3조1000억 원인데 그중 1조2000억 원 이상이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해야 할 일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복권을 사는 10명 중 7명의 월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이라는 통계를 보면 어려운 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을 통해 소득재분배 역할도 일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지난 1년간 복권을 구입했고 한번 살 때 평균 구매액은 1만 원 미만이었다. 복권판매액의 40%가 공익사업에 쓰인다는 점을 감안해 긍정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국민이 의식하지 않고 나눔의 기회에 폭넓게 동참하거나 기여하는 것이다.

복권판매액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자성(自省)도 해 본다. 어려운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해서는 아닌지, 신분이나 경제적 계층 이동을 하게 하는 사회적 이동(social mobility)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부족해서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경제와 사회정책의 정합성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또 있다. 복권의 순기능 이면에 있는 역기능, 즉 복권이 갖고 있는 사행성과 중독 가능성이라는 부작용이다. 이 문제의 해결에도 정부와 우리 사회가 단단히 신경 써야 한다.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중독 비율이 현저히 낮기는 하지만 복권의 사행성을 감안해 정부는 중독 예방과 치유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권수익금을 공익사업에 쓰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보람 있는 경험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할 때다.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주는 게 진정한 봉사다. 약간의 금전적인 지원보다, 내 시간과 내 몸을 바쳐 봉사할 때가 더 의미 있다. 그것이 나눔과 봉사 정신이다. ‘행복공감봉사단’의 40대 주부가 “나눔과 봉사에는 중독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독성이 강한 나눔과 봉사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건강하고 살기 좋아질 것이다. 복권도 그 중독 바이러스의 확산에 의미 있는 한 날개를 담당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복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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