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우석 악몽’ 서울대 수의대, 또 논문조작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서울대가 어제 수의대 강수경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17편에 연구부정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은 올해 5월 강 교수가 10개 국제학술지에 투고한 논문이 조작됐다는 익명의 제보가 이들 학술지에 접수되면서 제기됐다. 서울대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해 조사한 결과 의혹은 모두 사실이었고 강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황우석 파동의 진원지였던 바로 그곳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서울대는 또 한번 오명(汚名)을 덮어쓰게 됐다.

강 교수는 이미 발표했던 논문을 재탕하는가 하면 다른 논문에 사용했던 사진을 새로운 논문에 오려붙이고, 줄기세포 사진을 180도가량 돌려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논문을 조작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써먹었던 방식과 흡사하다. 강 교수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조사가 착수되자 지위를 이용해 논문조작 의혹과 관련된 대학원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리한 진술을 막으려 하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조사활동을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 교수는 지방 국립대에 재직하다가 줄기세포 관련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2008년 서울대에 임용됐으나 조사 결과 그 이전에 쓴 논문에서도 조작이 확인됐다. 그는 황우석 파동 당시 황 전 교수 공격에 앞장섰던 소장파 강경선 교수의 측근이다. 강경선 교수는 강수경 교수의 일부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황 전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을 앞장서 공격하던 후배 교수들이 똑같이 논문 조작에 연루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과학은 데이터의 진실성을 토대로 성립한다. 교수들이 논문 실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서울대는 해당 교수를 엄하게 징계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들이 연구업적을 강조하면서 교수 1인당 논문 편수는 늘어났으나 전체적인 연구수준은 오히려 과거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의 질(質)과 양(量)을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학 사회에서 교수들이 ‘끼리끼리’ 봐주는 풍토에 대해서도 감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의대#황우석#서울대#논문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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