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국민적 관심사이다 보니 교육과학기술부는 자연히 뉴스 메이커다. 중앙부처 가운데 언론에 보도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잦다. 그런데 요즘은 엉뚱한 부분에서 신문 지상에 오르는 일이 많다. 바로 동정란의 인사(人事) 코너다.
동아일보의 경우 공무원 인사는 통상 4급(서기관급) 이상부터 게재한다. 4급이면 중앙부처에서는 과장이나 팀장급, 지방으로 가면 국장급까지 올라가는 중요한 자리다. 올 하반기 들어 동아일보에 실린 교과부의 인사는 15건. 다른 부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교과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사이동 공지를 보면 11월 한 달간 무려 27건이다. 거의 매일 인사가 난 셈이다.
지난달부터 예상치 못했던 과장급 인사가 몇 차례 이어지면서 교과부에선 “밤새 안녕”이라는 인사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하반기에 과장이 됐다가 석 달여 만에 물러난 공무원도 있다. 교과부의 여러 부서 중에서도 특히 전문성과 연속성이 필요한 곳으로 꼽히는 부서의 장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했다. 이주호 장관의 인사 스타일이다.
이 장관의 이런 인사 스타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순환보직 인사를 청산 대상으로 여겼다. 취임 직후부터 교과부의 연공서열을 철저히 깼던 이유다. 행정고시 고참은 줄줄이 옷을 벗거나 외곽 기관으로 밀려 났다. 이 장관이 온 뒤 교과부 국장급의 평균 행정고시 기수는 20회 중반에서 30회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타 부처에 비해 30대 과장 비율이 높고, 차관도 가장 젊다.
자신과 코드가 잘 맞는 공무원은 나이와 기수를 불문하고 발탁 인사를 거듭했다. 승진한 지 얼마 안 돼 또 승진하는 일은 교과부 밖에서도 화제가 됐다. 반대로 장관과 잘 맞지 않는 공무원은 대학으로, 지방으로, 심지어 외국으로 내보내는 인사도 적지 않았다.
이 장관이 독하게 인사권을 휘두른 탓에 교과부에서는 인사가 나면 후문이 무성하다. 예상치 못한 간부급 인사가 나면 어떤 정책을 잘못 추진했느냐는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보고 중에 어떤 실수를 했는지, 또는 장관의 무슨 주문을 해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 나온다. 최근 일련의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인재를 앞세우고, 적재적소로 필요한 사람을 배치하는 일은 중요하다. 수시인사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도 물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선거가 보름도 남지 않은 시기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나면 중앙부처는 5년 간 추진한 정책을 마무리하고, 매끄러운 인수인계를 위해 정리 작업을 하는 게 관례다. 그런 시기에 새로운 보직자를 앉히면 득보다 실이 크다. 쉽게 말해 이 시점에 장관이 교체되면 모양새가 우습지 않을까.
이 장관은 지시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간부회의 석상에서 “사표 쓰세요”를 외치기로 유명하다. 교과부 공무원 사이에선 ‘사표 쓰란 얘기를 몇 번 들었느냐’는 얘기가 웃지 못할 농담이 된 지 오래다. 수시 인사에 대한 노이로제가 담겨 있다.
대선 후보마다 교육과 과학을 다시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교과부 공무원들이 가뜩이나 동요하는 상황이다. 임기 말에 예측 가능성 없는 인사를 자주 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나 아직 장관이야’라는 힘자랑으로 읽힐 수도 있다. 다음 정권에서도 장관을 한 번 더 하려는 것 아니냐는 풍문이 도는 까닭을 교과부만, 장관만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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