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양천]박종우의 메달, 과연 희망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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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박양천 전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박양천 전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8월 런던 올림픽 축구 3, 4위전에서의 ‘독도 세리머니’ 때문에 동메달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한 박종우 선수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이 나왔다. FIFA는 박 선수에 대해 A매치 2경기(2013년 3월 26일 카타르전, 6월 4일 레바논전·이상 월드컵 최종예선) 출장 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약 400만 원)의 벌금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박 선수는 결과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고 대한축구협회도 항소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5일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박 선수에 대한 FIFA의 최근 결정과 관련해 이 문제를 조사하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필자가 지난 10여 년간 IOC와 교류한 경험으로 비춰 볼 때 박종우 세리머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IOC의 결정이 FIFA의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떤 형태의 시위, 정치적 구호,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금지한다’라고 명시된 ‘올림픽헌장’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에 대한 IOC의 태도는 확고하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핑의 경우 적발되면 선수는 메달 박탈은 물론이고 올림픽에서 영구히 추방된다. 박 선수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검은 장갑 세리머니’를 한 미국의 토미 스미스 선수는 선수촌에서 추방됐고 이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런던 올림픽 당시 한 인터뷰에서 “박 선수의 행동은 정치적 표현(political statement)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FIFA 역시 박 선수의 행위는 분명히 정치적 선전이며 FIFA의 룰을 위반한 것으로 규정했다. 우리가 안심할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선수의 행동이 애국심의 발로인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해진 룰(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건 우리가 아닌 FIFA와 IOC의 몫이다.

IOC 징계위원회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박 선수가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무의식적인 행동을 했고 올림픽이 끝난 뒤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음을 알리는 탄원서를 IOC에 보내는 등 대한체육회(KOC)와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양천 전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박종우 세리머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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