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서열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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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동아일보 교육팀은 최근 한 달간 ‘표(表)와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고교평가(11월 5일자)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11월 28일자) 초중고교 학업성취도(11월 30일자) 학교폭력 실태 2차 조사(12월 1일자) 고교 2학년 학업성취도(12월 3일자) 기사를 쓰면서 각각 1, 2개 면 크기의 표를 넣었습니다.

비교평가는 개인-조직 발전에 필수

고교평가는 동아일보가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과 2년째 계속한 기획입니다. 나머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공개한 내용을 분석한 기사입니다. 이 중에서 학업성취도와 학교폭력에 나온 표는 기자들이 만들었습니다. 왜? 어떻게? 사내외에서 자주 받았던 질문입니다.

첫째, 교과부가 자료를 주지 않아서입니다. 학교 알리미는 개별 학교의 현황만 공개합니다. 교과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모든 학교가 들어간 통계는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교육팀은 할 수 없이 전국 학교를 하나하나 클릭했습니다. 보조 인력을 합쳐 8명이 10시간가량 작업했습니다.

둘째, 비교-평가-분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아일보 고교평가는 전국 1577개 일반계 고교의 학력수준, 교육여건, 선호도 등 3개 항목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학교폭력의 경우 전국 중학교 3224곳을 모두 조사한 뒤, 피해사례가 많은 학교를 시도별로 20곳씩 공개했습니다.

일선 학교는 많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고교평가에서 상위 20곳에 들어가고 순위가 오른 학교는 인터넷, 플래카드, 홍보물을 통해 자랑했습니다. 연합뉴스와 지역 언론 14곳은 시도별 상보를 게재하며 우수한 사례를 소개하거나 부진한 이유를 진단했습니다. 학교폭력 기사는 파장이 더 컸습니다. 피해가 많다고 조사된 중학교 이름이 순서대로 나오자 학교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이 몸살을 앓았다고 합니다.

저는 교육현장의 모습을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쉽게 보여주는 방법의 하나가 순위입니다. 서열화라고 해도 좋습니다. 서로를 비교하지 않으면 장단점을 알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점에서 저는 일부 학교에서 특정 학교 합격을 홍보하는 홍보물의 게시 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11월 28일)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정학교 합격을 홍보하는 행위에 일부 순기능이 있지만 다른 학교에 입학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습니다.

인권위 논리를 받아들이면 뿌듯한 성취나 정당한 성과를 알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체육대회에서 시도별 메달 수를 밝히는 관행을 재고해야 합니다. 순위가 낮은 지역은 기분이 나쁘니까요. 통계청의 소득 및 고용 관련 지표 발표나 대기업 임원의 연봉 및 스톡옵션 기사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실업자나 저소득층이 좌절감을 느끼니까요.

페어플레이 환경부터 만들어줘야

경쟁과 비교, 평가는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에 필요합니다. 사회와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권위는 ‘일부 순기능’을 막기보다는, 페어플레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학교폭력 자료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잘못됐습니다. 경기 양지중, 경남 양산중앙중, 충남 삽교중, 광주 북성중입니다. 피해율이 해당 시도에서 낮은 학교들입니다. ‘바로잡습니다’ 코너에서 이미 알렸지만(4일자 A27면) 학교와 지역에 혼선을 드린 점, 이 자리를 통해 다시 사과드립니다.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
#서열화#고교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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