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브래드 벅 월터]비빔밥에서 배우는 조직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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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브래드 벅 월터 ADT캡스 대표
브래드 벅 월터 ADT캡스 대표
외국인들과 한식을 먹을 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외국인들이 한식에 익숙해지는 순서로 치면 불고기가 먼저, 그리고 비빔밥 순인 것 같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의 참맛을 아는 외국인은 몇 안 되지만 비빔밥은 그 나름의 아주 훌륭한 음식이다. 갖가지 재료를 정성껏 준비해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볐을 때 나는 그 특유의 어우러진 맛이 좋다. 건강에도 좋아서 갈수록 이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단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경영자로 활동하다 보니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이를테면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가 무엇인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이럴 때면 대략 3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해 주는데, 어느 날 문득 비빔밥을 보면서 그 안에 어떤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비빔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ADT캡스에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전체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항목은 조직의 강도, 일 처리 방법, 동기부여 3가지였다. 참고로 ADT캡스는 한국기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로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8000여 명의 조직체다. 이런 조직이 힘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좋은 인재가 알맞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한국인들 가운데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비빔밥으로 치면 양질의 재료가 많은 셈이다.

또한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게 하려면 적절한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이 부분은 한국 기업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비빔밥의 재료들을 잘 비빌 수 있는 고추장과 참기름과 같은 소스 역할을 하는 것이 동기부여 아니던가. 이 정도면 좋은 재료와 꼭 필요한 소스로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 준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비빔밥이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음식이 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방법에 달려 있다.

오랜 기간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여러 위치에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일하는 방법, 즉 프로세스였다. 이 측면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 발전이 조금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기업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올바른 조직 구성과 체계적인 업무 처리 방법을 표준화, 시스템화해 갖추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의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비빔밥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어 가는 과정에는 그 고유의 맛과 한국적인 가치는 지키면서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재료의 표준화와 조리 프로세스 정립이 무엇보다 주요하다. 표준화된 레시피가 있으면 어느 나라 조리사가 만들어도 맛은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먹는 사람은 입맛에 따라 참기름이나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새로운 맛을 낼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비빔밥이 세계인의 인기를 끄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요즘 글로벌 시장은 경쟁과 협력, 국가와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유럽발 경기 불황의 여파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글로벌 수준에 맞춰 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탄탄한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

위기에 강한 기업, 불확실성을 뚫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내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강점과 글로벌 기업들의 강점을 추려 내서 비빔밥처럼 훌륭하고 아름답게 비벼 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을 지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나의 두 번째 조국, 코리아의 비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브래드 벅 월터 ADT캡스 대표
#비빔밥#조직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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