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가득 영롱한 새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리는 듯하다. 시인의 내면, 영혼에서 울려오는 그 소리는, 한편 그 소리를 도리질하는 시인의 내면, 영혼의 절망에 찬 탄식으로 더욱 자지러진다.
신기(神氣)가 오른 듯한 시집, ‘남해금산’에서 옮겼다. 1986년 7월 5일 초판 발행. 자서(自序)에 따르면 ‘대체로 지난 6년 사이 씌어진’ 시들이라니 1980년부터다. 책날개에 소개됐듯이 ‘서정적 시편들로 서사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시집이다.
음풍농월(吟風弄月)이란 말이 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읊으며 즐긴다’는 어여쁜 뜻을 가졌다. 그런데 그 쓰임이 혹독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개의치 않고 저 혼자 한가한 시를 읊는 시인들에게는.
탐미적 시인 이성복이 ‘홍방울새 소리’를 못 듣게 만든 ‘흐리고 흐린 날’의 시들, 그 서정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그 서사에 가슴이 저리다. 이를테면 ‘이곳에 입에 담지 못할 일이 있었어! 가담하지 않아도 창피한 일이 있었어! 그때부터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개울음 소리를 질렀다.’(‘남해금산’에 실린 시 ‘그리고 다시 안개가 내렸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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