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 시골에 사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글 읽는 걸 두려워한다. 이곳 산비탈 이동주택에서 사는 가난한 부모들은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SSI 프로그램(미국 정부가 저소득 노인 아동 장애인 등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에 따라 매월 자녀 1명당 698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켄터키 주 브리시트 카운티에서 읽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빌리 오크 씨는 “지역 주민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할까봐 아이들에게 수업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빈곤 퇴치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을 구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시골에 사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군대에 많이 입대하는 것과 달리 이곳 젊은이들은 군대도 기피한다. 대신 저소득자에게 지급하는 식료품 할인구매권과 실직자 장애인에게 주는 보조금에 의존한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은 결혼도 어렵게 한다. 가구소득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SSI 프로그램 때문에 아이가 있는 빈곤여성이 보조금을 받으려고 근면 성실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기피한다. 가장 가슴 아픈 점은 보조금을 받으려고 자녀를 문맹으로 두는 게 최선이라고 여기는 부모들이 있다는 점이다.
40년 전만 해도 SSI 보조금을 받는 아동 대부분은 부모가 이들을 돌보느라 직장을 제대로 가질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신체장애가 있거나 정신지체를 앓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조금을 받는 장애아동의 55%가 정신지체 정도가 매우 경미하며 그나마 진단이 맞는지 불분명하다. 현재 미국 저소득층 어린이의 8%에 해당하는 1200만 명 이상이 SSI 프로그램에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으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은 매년 90억 달러가 넘는다.
이는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하지만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9년 논문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의 3분의 2가 18세가 됐을 때 성인 장애인을 위한 SSI 수혜자로 전환됐다. 이들은 평생 직업을 갖지 못하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가난하게 살아간다.
사회 안전망은 기회를 만드는 대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벌이는 ‘기회 비즈니스(opportunity business)’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위험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이나 미혼모들을 교육시킨다. 애팔래치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 라이든 존슨은 “세이브더칠드런 프로그램을 거친 아이들이 정말 큰 변화를 보인다. 그들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시스템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제도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성인 빈곤율은 1959년 35%에서 현재 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유권자가 아닌 아이들은 방치돼 22%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빈곤 퇴치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어린이 및 청소년 교육에 공을 들이고 결혼을 장려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 문제가 될 때 감금하는 등의 대책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초기 아동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SSI 프로그램 대신 초기 아동교육에 세금이 쓰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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