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 유권자가 4046만4641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인구의 79.3%입니다. 이번 대선에 처음 도입된 재외선거 국외 부재자 17만9188명도 포함됐습니다. 유권자는 17대 대선 때보다 281만1123명 늘었고 올해 4·11총선 때보다 27만9522명 증가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할 이번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의 맞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두 후보의 지지율도 대체로 오차범위 안에서 움직일 정도로 치열한 접전입니다. 이번 주 동아쟁론에서는 양대 정당 대선 캠프에 참여해 후보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 선거전에 동참한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안도현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게 박 후보와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들어 봤습니다. 》 ▼ “박근혜는 위기관리 능력 갖춘 지도자” ▼
지난 추석이 끝날 무렵 태국 출장을 다녀오던 새벽 비행기에 나란히 놓여진 두 개의 신문을 읽었다. ‘한국의 상황이 110년 전 구한말과 같다’는 한국 신문 사설과 ‘동북아가 2차대전 직전 유럽 같다’는 영국 신문 사설이 묘하게 겹쳤다. 15년 전 외환위기가 오기 직전의 무서운 예감이 되살아났다.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결정짓는 십자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가오는데 가만있을 수 없어 박근혜 후보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몇 가지 조언을 하려 했던 것뿐인데 회사 근처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공식 행사에서, 먼발치에서 몇 번 본 것을 제외하고 가까이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수첩을 꺼내 꼼꼼히 메모하는 박 후보는 마치 수업을 듣는 학생 같았다. ‘수첩 공주’라는 별명이 있지만 사실 그의 수첩은 ‘경청하는 자세’의 다른 말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검소한 차림이 나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10년도 더 되어 보이는 구두에 결코 최신이라고 할 수 없을 소박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박 후보의 스타일에는 소탈한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알던 정치, 정치인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갖고 24시간도 안 돼 선대위원장을 제안받았다.
솔직히 말해 이제까지 정치라면 넌덜머리를 냈다.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맞닿아 있었다. 한국에서 처음 사업 시작할 때 세 가지를 잘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술 접대 잘하고, 흰 봉투 잘 주고, 적당히 거짓말하면 된다.”(술 정치, 패거리 정치, 밀실 정치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한국적 기업문화의 관행을 뛰어넘기 위해 택한 것은 스마트 전략이었다. 앞선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접대 대신 진정성 정공법을 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정직과 투명성이 가진 힘을 믿었고 높아만 보였던 관행의 벽을 뛰어넘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여성의 섬세함’으로 ‘남자들의 게임’을 이겨 낸 것이다.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국을 뛰어다니면서 그 무렵이 자주 생각난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낡은 정치를 쇄신하는 가장 큰 정치쇄신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 박 후보가 준비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이란 4강의 틈바구니에 둘러싸인 화약고와 같다. 당장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 발사를 하는 북한을 보라. 여기에 경제 시계(視界)는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에 박근혜라는 준비된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박 후보는 20년간 특사를 비롯한 다양한 외교·통상 경험을 갖고 있는 준비된 글로벌 리더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라는 나도 2.5개 외국어밖에 못하는데 박 후보는 5개를 한다.
여성적 리더십은 분열과 갈등으로 멍든 대한민국을 사랑으로 치유할 것이다. 국가와 가정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희생정신으로 자리를 지켜온 것은 우리 어머니들이다. 그리고 이제 담대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남성과 같거나 그 이상의 몫을 해내는 것이 ‘제3의 여성 물결’로 오고 있다.
정직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알뜰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아이를 기르듯 실의에 빠진 청년들을 다독일 지도자가 바로 박 후보다. 군림하는 가부장적인 정부가 아니라 국민 앞에 봉사하는 정부로 나아갈 것이다. 특히 박 후보는 약속을 목숨처럼 여기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선대위원장을 수락할 때 나는 ‘선대위가 뭐냐’고 물을 정도로 정치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진다. 단 한 가지 이유, 나라를 구하려고 선거에 들어왔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내년 1%대 성장률이 예상되고 유럽발 위기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투표는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투표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켜 세계를 열광시키고,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나아갈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현명한 국민은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 “문재인한테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
문재인한테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는 6·25전쟁 직후 태어난 보통의 대한민국 남자들이 겪었을 법한 시간들을 함께 통과했다.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떳떳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문재인의 일생 중 장막에 가려진 시간은 없다. 이것은 그가 늘 보통 사람의 곁에 서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가난한 실향민의 아들이었다. 구멍가게, 길거리 옷 장사를 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어머니의 연탄 배달 리어카를 밀던 소년이었다. 매우 평범한 집안에서, 매우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인간 문재인에 대한 신뢰의 기초가 된다. 가난을 동정해서가 아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가난은 운명이었다. 가난을 체득해 본 문재인이기에 서민이 먹는 밥을 이해하고, 민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곱게 보호받으며 자란 정원수(庭園樹)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살아온 이력을 보면 신경림 시인의 시구대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된다.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에게 시험 답안을 보여주거나 교칙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해서 여러 차례 정학을 당한 적도 있다. 그래서 당시 별명이 ‘문제아’였다고 한다. 그가 이처럼 부끄러움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여서 나는 마음에 든다. 대학 다닐 때는 데모를 주동하다가 강제징집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여느 청년들처럼 당당하게 특전사 복무를 마쳤다. 이것만으로도 문재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사 시절에는 노동자들을 위해 인권변호사로 일하면서 30m나 되는 골리앗 크레인에 직접 올라가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사무실은 ‘고공농성 현장’이었던 것이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동문회나 동기회 같은 사적 모임에 나가지 않았고, 집안 행사 같은 데도 거의 가지 않았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이만하면 하나의 개인에게 그 어떤 공적인 일을 믿고 맡겨도 든든하지 않겠는가.
옆에서 가까이 보면 강하면서도 따뜻한 문재인을 자주 발견한다. 그는 길거리에서 그 누구하고 악수를 할 때에도 건성으로 하지 않는다. 눈빛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 눈빛의 진정성을 국민이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문재인의 눈빛은 시적(詩的)이다. 우리는 앞으로 가끔씩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시적인 눈빛으로 소주잔을 주고받는 대통령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문재인 후보를 말할 때 풍부한 국정 경험과 다양한 식견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그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를 씻어 주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국민한테 정치는 ‘국회에서 여야가 멱살 잡고 싸우는 것’이라는 나쁜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다. 여의도식 정치의 한계다.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정치교체, 시대교체라는 화두를 제시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문재인 이전과 이후 이 나라 정치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이전의 정치는 반칙과 특권의 정치, 문재인 이후의 정치는 공정과 소통의 정치가 될 것이다. 국민의 어려움을 걱정해 주는 정치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질병에 걸려도 환자의 연간 의료비가 1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하는 ‘본인 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 도입은 매우 시의적절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돈 걱정 없이 안심하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복지국가 아니던가.
혹한의 계절,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독일 파스빈더 감독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과거가 두려워 미래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자신의 계좌에 쌓인 부를 지키려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데 인생을 바친다. 그러한 위선과 이중성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잘못된 과거에 머물면서 불안한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잘못된 과거를 뜯어고쳐 안정된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그 열쇠를 문재인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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