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企 성장 막는 보호정책, 새 정부는 재검토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한때 매출 4조 원을 넘겼던 삼보컴퓨터는 지난달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공공기관이 컴퓨터를 살 때 중소기업 제품만 구매토록 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회사를 쪼갠 것 같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E사의 매출은 2007년 380억 원에서 지난해 700억 원, 1.8배로 늘었지만 종업원은 250명 남짓 그대로다. 상시근로자 300명이 넘으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없어 해외법인을 설립한 후 이 법인을 통해 고용을 늘리는 편법을 썼다. 해외법인의 종업원 수는 합산되지 않는다.

근로자 수 300명, 자본금 80억 원, 매출 1500억 원을 넘어서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된다.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제조업체 10개 중 3개가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최근 조사에서 나타났다. 회사를 쪼개거나 사업부문을 통째 매각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해 상시근로자 수를 늘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매출 투자 고용의 확대를 포기하거나 공장 해외이전 등으로 전체 경제를 위축시키는 일도 있었다. 불필요한 분사(分社)는 관리비 증가로 생산성 손실을 가져온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순간 세액공제 세액감면 정책자금 외국인인력공급 판로확보 등 160여 개 지원이 사라지는 반면 시장진입 세무 회계 등 각종 규제가 기다린다. 중견기업이 커져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경우에는 34개 법령에 근거한 84개의 새로운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니 스스로 성장판을 닫고 보호의 껍질 속에 안주하는 것이다.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 및 대기업 규제 때문에 생긴 ‘정부의 실패’다.

유럽 국가는 체계적인 중견기업 지원 정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강소(强小) 중견기업들을 키워냈다. 독일은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을 알선하고 첨단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프랑스는 종업원 250∼4999명인 중견기업이 박사급 연구 인력을 채용하면 재정 지원을 해준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에도 정부가 보증과 수출보험을 지원한다.

19일 대선 결과 출범할 새 정부는 성장을 회피할 만큼 남발된 중소기업 지원책을 재검토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중견기업이 마음 놓고 대기업으로 커가고, 대기업은 세계시장에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고용대책회의를 여는 것보다 성장의 족쇄를 푸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도움이 된다.
#중국#경제성장#중소기업#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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