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수사검사와 성관계를 가진 여성 피의자의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 2명 등 검찰 관계자 6명의 명단을 경찰에 통보했다. 이들은 경찰의 전자수사자료 시스템에 접속해 여성 피의자의 사진 파일을 만들거나 검찰 내부자에게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낸 정황이 있다. 사진 파일 제작에 관여한 검사 중 1명은 검사 성추문 사건 수사와 관련이 없고 다른 1명은 직무 관련성 여부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조사와 무관한 검사가 여성 피의자의 사진을 조회하고 파일까지 만들어 유포한 행위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일단 인터넷에 사진이 오르면 무한대로 복사, 전파된다. 이 여성은 인터넷에 사진이 퍼지면서 얼굴이 알려져 세 자녀를 데리고 거처를 옮겨 다니는 처지가 됐다. 인터넷 공간 어딘가에 사진이 돌아다니는 한 피해는 평생 계속될 수 있다.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할 검찰이 거꾸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관련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해지면서 현직 검사가 사상 처음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수 없게 만든 법무부령은 오래전 폐지됐지만 검사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경찰 대신 검찰이 수사하는 관행이 지금껏 이어졌다. 검사들은 경찰의 소환 요구는 물론이고 서면질의조차 무시했다. 최근 경찰이 10억 원대 뇌물을 받은 김광준 검사를 적발하자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실상 사건을 가로챘다.
검찰이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경찰이 수사 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 피의자의 인권 보호에는 소홀함이 없는지를 감독하기 위함이다. ‘제 식구’를 감싸라고 부여한 특권이 아니다. 검사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면 검찰이 아닌 수사기관에서도 일반인과 똑같이 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 법치(法治)의 최전선에 있는 검사들이 법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
경찰이 검찰 눈치를 보느라 관련 검사를 ‘조사하는 척’ 시늉만 하고 끝내선 더욱 안 될 일이다. 검경(檢警)은 검찰이 먼저 이 사건을 감찰해 관련 직원을 찾아낸 뒤 경찰이 직원들을 수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수사조정권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 온 검경이 처음으로 수사협의회에서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경찰은 소환된 검사를 법대로 엄중하게 조사하고, 검찰도 이에 성실히 협조해야 앞으로도 수사협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