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65)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최근 워싱턴포스트·ABC 조사 결과 그의 2016년 대선 출마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57%로 나왔다. 블룸버그 조사에선 대선후보로 ‘아주 잘할 것’(32%) ‘꽤 잘할 것’(27%)이라는 예상이 ‘못할 것’(20%)이라는 응답의 3배나 됐다. 4년 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나도 안다. (여성에 대한) 장벽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하며 버락 오바마의 승리를 인정했던 때와 딴판이다.
▷미국 대선 결과를 알아맞혀 화제를 모은 통계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그 이유를 “국익을 위해 뛰는 국무장관의 특성상 국내 정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봤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힐러리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인기가 지금처럼 높았을 때가 1997년 르윈스키 스캔들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다. 그는 남편 옆에서 조강지처(糟糠之妻)의 역할을 다했다. 반면 화이트워터 스캔들로 부패 냄새를 풍길 때, 건강보험 개혁 등 국정에 참견할 때 호감도는 곤두박질쳤다. 상원의원 출마와 대통령 출마 때도 부정적 반응과 긍정적 반응이 막상막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자기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사람도 정계에 들어오면 정치라는 한솥에 담긴 찐빵이 돼버린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유시민 전 진보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부터 “독재의 서슬 퍼렇던 5공화국 시절, 대법원에서 간첩죄와 불고지죄로 무더기 구속된 일가족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쪽 판사” 소리까지 듣던 사람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두 번 출마하며 ‘차떼기 당’의 불명예를 남겼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도 정계 입문 전에는 “진영논리에 휩싸여 공동체 전체 가치관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더니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정치와 비(非)정치의 쓴맛 단맛을 다 본 까닭일까. 힐러리는 12일 미국 ABC방송에서 방영된 ‘바버라 월터스가 만난 2012년의 인물 10인’ 프로그램에 나와 “대선 출마 계획은 여전히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양다리를 걸쳤다. 사회자가 다시 캐묻자 “출마한다면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며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힐러리가 대선 가도에 뛰어드는 순간 지금 같은 지지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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