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인도 총리는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신임 정보국장에 시에드 아시프 이브라힘을 임명했다. 이브라힘은 무슬림이다. 인도의 최대 종교는 힌두교이지만 무슬림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요소는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슬림을 정보기관 수장에 임명한 것은 큰 모험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소수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사회의 진화를 보여준다. 인도의 총리와 합참의장은 모두 시크교도이고 외교장관과 대법원장은 무슬림이다.
이는 이집트에서라면 콥트 기독교인이 합참의장을 맡는 것과 같다.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10, 20년 뒤 이집트가 지금과 똑같다면 이집트의 민주주의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집트가 인도가 아니라 파키스탄의 길을 따라갔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잠재력을 마음껏 실현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구경꾼으로 전락한 그런 사회 말이다. 이집트가 파키스탄 또는 인도 가운데 어느 길을 가느냐의 문제는 아랍 전체 민주주의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인도 또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무슬림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민주주의는 60년 동안 카스트 제도, 부족 갈등, 종교 문제 등 전근대적인 장애물을 깨뜨려왔다. 자신의 장점을 살린 인물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했다.
반면 60년 동안 이어진 이집트의 폭정은 나라를 분열시켰다. 오늘날 이집트인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길을 걷게 됐을까’라는 질문에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첫 번째 답은 바로 시간이다. 인도는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 체제를 운영했다. 독립 전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다. 이집트는 아직 2년도 되지 않았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자와할랄 네루, 만모한 싱 총리가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협력적인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동안 이집트 정치는 독재로 황량해졌다는 게 스탠퍼드대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의 분석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독립을 쟁취할 당시 인도 국민회의당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포용적이며 민주적 성향의 정당이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쫓아낸 무슬림형제단이 종교적으로 배타적이며 전제주의적 뿌리를 가진 것과 대비된다.
철학과 정치적 유산 측면에서도 비교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네루는 성인(聖人)은 아니었지만 관용과 합의를 중시했고 법을 존중했다. 반면 강경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총선 때 당내 온건주의자들을 내쫓았고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 헌법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과 달리 인도는 정치와 군을 분리시켰지만 이집트 정권은 군과 정보기관에 의해 유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집권 무슬림형제단은 민주주의가 단지 선거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포용의 문화, 평화적인 대화를 성숙시킨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은 대화와 토론의 역사가 인도 민주주의 형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집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 문화, 평화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토론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없는 사회는 마치 소프트웨어 없는 컴퓨터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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