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NLL 대화록은 선거 후라도 공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국가정보원이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오간 발언과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18대 대선의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정상회담 대화록 사본 제출을 거부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을 고발하면서 사건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올해 10월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은 미국과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1953년 이후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의 역할을 해 온 NLL을 부정한 중대한 국기(國紀) 문란에 해당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가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은 진실 게임이 되고 말았다. 진실은 하나일 테니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주권국가 간 정상회담 대화록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국군 최고통수권자로 영토 보전의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자리에서 영토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그냥 넘겨버릴 수는 없다. 비공개 원칙에 얽매여 NLL과 관련된 진실 규명을 회피하는 것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2007년 10·4선언은 NLL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며 NLL 부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8대 대선이 어느 후보의 승리로 끝나든 NLL 대화록 논란을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새 정권에서 남북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서라도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NLL 대화록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야 합의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대화록을 공개할 수도 있고, 국정원과 검찰의 입회 아래 여야가 합의한 인사가 비공개로 열람해도 된다. 열람 결과에 따른 처리도 엄중해야 한다. 거짓이면 정 의원과 새누리당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노 전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행위를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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