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대한민국의 외딴 섬이다. 말 그대로 독도(獨島)다.”(민주통합당 호남 출신 한 당직자)
“대선 결과를 보니 호남이 과거 ‘DJ 호남당’이었던 평화민주당 때로 되돌아간 것 같다.”(동교동계 전직 의원)
대선 개표 결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51.6%를 득표하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여섯 차례 대선 사상 첫 ‘과반 대통령’의 영광을 안았다. 득표수(1577만3128표)도 사상 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따돌렸다. 연고지인 대구·경북에서는 득표율 80.5%를 기록했고, 부산·경남에서도 61.5%를 얻었다. 충청에서도 53.7%, 야당세가 비교적 강하다는 경기에서도 50.4%를 얻었다. 그러나 호남에선 유효투표 321만1759표 가운데 33만6185표(10.5%)를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전국 최고 투표율(80.4%)을 보인 광주에선 불과 7.8%를 얻었다.
이 같은 수치는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얻었던 9.6%(광주 4.8%, 전남 8.2%, 전북 14.1%)와 큰 차이가 없다.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 바뀔 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호남에서 민주당 아닌 다른 정당의 대선후보 득표율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
그간 호남에선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들은 “민주당에 대한 호남 분위기가 살벌하다. 비현실적 공약,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 심하게 왼쪽으로 치우친 노선을 뜯어보면 맞는 구석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역시나’였다.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오락가락 선거전략, ‘닥치고 단일화’ 등에 전국의 많은 지역이 등을 돌렸지만 호남은 ‘꿋꿋하게’ 문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민주당 기상도’가 ‘전국 흐림’인 가운데 호남에서만 ‘나홀로 맑음’인 형국이다. 호남 출신의 한 전직 재선 의원은 “포장마차 가서 하는 얘기와 실제 투표장에서의 행동이 이렇게 달라서는 호남은 섬이 될 뿐”이라며 “민주당 깃발에만 끌려 다니고 연연해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호남 출신 대통령을 배출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가슴아파했다.
이번 대선은 호남에 숙제를 던졌다. “무엇이 우리 정치와 내 자식(민주당)을 위한 길인가”란 것이다. 무조건 싸고돌거나 매를 아껴서야 자식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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