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21일 출범하는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70)을 선택했다. 케리는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거물이다. 국방장관은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66)이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은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2010년 7월부터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가동해 주요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누가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리는 적극적인 대북(對北) 대화론자다. 30년간 상원에서 외교 문제만 다뤄온 그는 6자회담보다는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일단 시도해 보는 ‘파이터’란 점에서 의욕적으로 북한과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2009년 3월 북한에 억류된 2명의 미국 여기자 석방 임무를 띤 방북특사를 자원했다. 북한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선택해 스타일을 구겼지만 그의 협상 의지는 북한에도 전해졌다.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인 헤이글은 공화당원이다. 오바마가 그를 국방장관에 기용하면 또 다른 탕평(蕩平)인사가 된다. 1기 오바마 내각에서 국방장관에 유임된 로버트 게이츠가 공화당 출신이었다. “대화와 외교는 유화책이 아니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헤이글은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에 대한 고립 시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의 2·29 합의 파기와 장거리 로켓 발사로 미국의 불신이 커졌지만 케리-헤이글 조합이 만들어지면 대화 재개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차기 외교, 국방장관 후보자들이 거론되기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조짐 속에 북한이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외교, 국방장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미 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상태로 복원됐지만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버티고 있다. 새롭게 구성될 ‘2+2 회의’ 멤버 사이의 궁합이 잘 맞아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교 안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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