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국민에게 많은 약속을 했다. 당선 직후에도 “대통합을 이루고 민생을 보살피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거듭 다짐했다. 당선인과 참모들의 마음은 급하고 들뜨기 쉽다. 뭔가 빨리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욕을 부려 과속과 무리수를 두게 되면 정권 초기에 국민 불신을 살 우려가 있다. 우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가동 과정에서 실속(失速)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5년 전 ‘이명박 인수위원회’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이명박 인수위는 너무 중구난방이고 점령군처럼 행세한 측면도 있었다. 공무원들을 불러 군기를 잡고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라고 닦달해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냐”라는 반발을 불렀다. 하루도 업무를 쉬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전봇대 규제’ 철폐, 영어 공교육 강화 등 설익은 방안들을 쏟아 내면서 실수와 실패가 잇따랐다. 내부의 권력 다툼도 불거졌다. 이런 행태가 국민의 눈에 곱지 않게 비치면서 결국 정권 초기부터 반대 세력에 ‘정권 흔들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수위원회는 말 그대로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조직이지, 당장 국정을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다. 박 당선인과 주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급하게 굴거나, 과욕을 부리거나, 월권을 해서는 득이 될 게 없다. 인사든 정책이든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정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은 대선 승리가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착각해 거들먹거리거나 권력을 탐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민심의 산물이다. 대선 캠프 사람들이 공훈을 다투는 순간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 갈 것이다.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소리 없이 짐을 챙겨 떠났다고 한다. 후보 비서실장이던 이학재 국회의원은 정권 출범 이후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진정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역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도록 첫 인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