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주변에 큰 빚을 진 게 없어 보은(報恩)인사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스스로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가 정치 입문 이후 가장 큰 덕을 봤다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일 것이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고생을 함께한 동지들을 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공적(公的) 정치조직보다는 사적(私的) 조직의 신세를 진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서는 빚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박 당선인도 대선을 치르면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박 캠프 인원만 800명, 각종 임명장을 받은 사람은 약 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각기 한 자리씩 하겠다고 나서면 박 당선인도 소신 인사를 하기 힘들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 인사,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연고 인사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당선인 측근들이 이학재 의원처럼 백의종군의 뜻을 밝혀 소신 인사의 길을 열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위한 탕평(蕩平) 인사를 강조하고, 성(性) 지역 이념을 떠나 여성 비(非)영남 비(非)보수 성향의 인사라도 과감히 중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인사의 첫 단추다. 당선인 주변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정부 구성까지 염두에 두고 인수위를 구성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인수위원장에 몇몇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예로부터 ‘능력 있는 사람(能者)’과 ‘지혜로운 사람(賢者)’을 등용하는 것이 인사의 기본이다. 탕평 인사도 무조건적인 탕평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려서 해야 한다. 벌써부터 박 당선인의 측근 또는 실세들에게 줄을 대고 인수위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소문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실세들도 선거운동 과정이나 인수위 시절의 비리로 교도소에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권력은 짧고 고통은 길다. 박 당선인을 둘러싼 측근 실세들은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정(軍政)을 비판하는 데 앞장선 최두선 동아일보 사장을 첫 민선정부의 총리로 기용했다. 조선시대 세종은 자신의 세자 책봉에 반대해 태종이 유배를 보낸 황희를 과감히 불러들여 중용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장군은 나중에 자신의 정부에서 문화장관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 앙드레 말로를 세 번이나 찾아가 인연을 맺었다. 인재를 구하는 방법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