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정치 가문의 자녀를 지도자로 맞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일본 총리가 될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혁명 원로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다. 이들 가문은 격동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저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에서 만주국을 연결고리로 둘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의 주역이다. 박 당선인은 문화혁명 때 하방(下放)으로 고초를 겪었던 시 총서기와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네 차례 만났다.
▷대물림 정치에 대해 정치체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북한처럼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는 대물림은 독재 권력의 세습이다. 하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물림 정치는 민주정치의 이념과 배치되지 않는다. 아시아에서도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훈센 총리, 추말리 사야손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반면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리콴유(李光耀) 초대 총리의 장남이고,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도 아버지가 2대 총리를 지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일 정치적인 족벌주의(nepotism)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포린폴리시는 21세기 민주국가에 정치 명가(名家)가 존재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유명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에도 부시, 케네디, 클린턴이라는 정치 명가가 있다. 대통령 아버지를 둔 조지 W 부시는 2005년 대선에서 3선 상원의원의 아들 앨 고어를 이겼다. 그의 동생 젭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제들도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인재근 국회의원은 ‘김근태’라는 남편의 이름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유력 정치 가문 출신들은 본인의 역량에 따라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도, 망치기도 한다. 박 당선인은 경제가 바닥을 쳤던 1998년 정계에 입문했다. 힐러리는 인기 있는 국무장관으로서 남편이 만든 브랜드를 키워냈다. 박 당선인도 잘하면 정치 명가의 브랜드 파워를 빛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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