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부 젊은 세대, 보다 성숙된 대응 아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18대 대선에서 2030세대는 3명 중 2명이 문재인 후보를, 3명 중 1명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3명 중 2명이 박 후보를, 3명 중 1명이 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고 나이 들어서도 사회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다는 오래된 말이 있을 만큼 이상할 것도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세대 간 이해관계의 차이로 몰아가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2년의 50대는 2002년에는 40대였다. 당시 이회창 후보를 47.9%, 노무현 후보를 48.1% 지지해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 세대가 이번에 박근혜 후보에게 62.5%, 문재인 후보에게 37.4%의 표를 던졌다. 사실 50대와 20대의 이해관계가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니다. 50대의 자녀는 주로 20대로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걱정, 졸업 후 취직 걱정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복지의 필요성을 젊은이들 못지않게 절감하는 것은 60대 이상 노년층이다. 앞날이 창창한 것도 아닌데 이들 중 다수가 이번 대선에서 더 많고 더 빠른 복지 대신에 점진적인 복지를 택했다.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보다 나라의 곳간과 장래를 걱정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높이 평가하지는 못할망정 일부 젊은이들이 노년층을 비판하거나 폄훼하는 글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내고 있어 안타깝다. 노인들 때문에 젊은이들을 위한 공약이 다 날아갔으니 상응하는 노인 복지를 몽땅 폐지하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버스와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하지 않기’ 등 되바라진 의견까지 나왔다. 젊은 세대의 성숙하고도 분별있는 대응이 아쉽다.

2030세대의 진보 후보 지지율은 10년 전에 비해 6%포인트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이들 세대의 보수 후보 지지율은 2002년 34.5%, 2012년 33%로 큰 차이가 없다. 어느 세대나 보수가 있고 진보가 있다. 10년 전 50대 이상의 진보 지지층이 35%에 가까웠다. 이번에 50대 이상에서 보수 지지층이 늘어난 것은 나이가 들어 보수화한 탓이라기보다는 진보 진영이 이들 세대를 실망시켰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 경박한 지식인들이 젊은 세대의 분노를 부추기는 행태는 걱정스럽다. 이번 투표 결과를 놓고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내는 40대 이하 세대의 운명을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 세대가 결정하는 정치구조는 엄청난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실과 맞지 않는 저질 선동에 불과하다.
#대선#지지자#진보#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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