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요즘 금융 감독 기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 감독 기구는 소위 ‘금융 검찰’로 불리지만 우리의 경우 검찰과 경찰의 역할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런 존재가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그래서 자체적인 개혁 방안을 수차례 내놓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금융 감독 기구는 금융 검찰 혹은 경찰과 같다. 이를 염두에 두고 금융 감독을 제대로 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하듯 금융 감독도 마찬가지다. 정치나 정부 정책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번 저축은행 사태와 예전 카드 사태의 주된 원인은 브레이크 없이 달린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라 할 수 있는 금융 정책을 브레이크인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것이다.
날로 발전하는 범죄 수법을 검찰 수사가 따라잡아야 하듯이, 금융 감독 기구도 금융시장이나 금융 상품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더구나 금융시장에서는 마치 스마트폰이 개발되듯이 새로운 기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감독 인력도 금융시장 참가자만큼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하기 위하여 막강하고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금융 감독 기구도 충분한 권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국의 금융 감독 기구가 인력을 대폭 늘리는 사이에 금감원의 인력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축소되었다는데 이것은 새로운 범죄가 창궐하는 시점에 경찰을 줄인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에 해당한다.
다만 금융 감독 기구가 권력기구화되는 것은 차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감독 기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도 잘 마련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것을 막았으며 또한 비리 방지책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충분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을 정리하자면 독립성, 전문성, 효율성, 책임성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것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대형 금융 비리가 터질 때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 감독 체계를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는데도 개편 방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달리 엉뚱한 곳으로만 흘러 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하다. 그동안 금융 감독 기구 개편 논의는 항상 금융위나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공무원 조직과 공적 민간 조직인 금감원 사이의 대결로 이어졌고 결국은 밥그릇 싸움으로 격하되어 힘 있는 자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이런 식의 흐름을 끝맺을 때다. 그러기 위해서 금융 감독의 불필요한 금융정책은 상위 부처로 가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하나로 합쳐야 한다. 이렇게 합쳐진 기구는 공적 민간 기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래야만 앞서 말한 독립성, 전문성, 그리고 관치금융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금융 감독 기구를 ‘저축은행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금융 감독 기구는 그동안 금융시장과 소비자에게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금융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 실물경제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새 정부에 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감독체계 개편안을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 또 개편 이후에는 감독 기구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물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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