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반값등록금 예산 4000억 원 증액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2013년도 반값등록금 예산이 2조65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박 당선인은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공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가난 때문에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이 대학 교육의 질(質) 저하와 대학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대학들은 물가와 연동된 등록금 상한(上限) 규제를 받고 있어 등록금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반값등록금 시대에는 등록금이 오르는 만큼 관련 정부 예산도 늘 수밖에 없어 정부 규제가 더 심해질 것이다. 대학 재정이 빈약해지면 우수교원 확보, 연구시설 개선 같은 투자가 어려워진다.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시대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상당수 대학이 교수 월급을 동결하고 교수당 강의시간을 늘리고 있다. 일부 대학은 졸업이수 학점을 줄이거나 외부 인턴십과 시간강사를 늘려 비용을 줄이고 있다. 비용 절감의 궁극적 피해자는 학생이다. 수준 미달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질 낮은 대학 교육을 확대하면 청년백수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
박 당선인은 등록금을 대학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소득분위별로 학생에게 장학금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정부예산이 대학에 들어올 경우 대학의 자율성 위축이 우려된다. 자율성은 대학의 생명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모든 대학에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자율형 고등학교’처럼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자율형 대학’을 지정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그 대신에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을 일부 받겠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경쟁력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반값등록금만 외치고 대학 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반값등록금 시대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반값등록금이 대학 경쟁력 추락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꼼꼼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