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공약한 청년특별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났다. 위원장을 맡은 김상민 의원은 정책 1호로 반값등록금을 내세웠다. 여기에 청년이 아닌 만 45세의 박칼린 뮤지컬 감독이 합류한 것을 보면 청년에게 위안이나 힐링을 주겠다는 상징으로 읽힌다. 전형적인 “우리가 너희를 위해서 뭔가를 해 줄게”라는, 한마디로 ‘포 더 영(for the young)’ 기구처럼 보인다.
하숙비 지원 등 투정 난무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에도 필자는 2030세대를 대표하여 취임사 위원으로 참여해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 준다 약속하지 말고 청년들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임사 역시 ‘포 더 영’이었다.
청년창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에서는 지자체 선거 직후 이명박 정부에 대통령직속 청년위 설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철저하게 젊은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바이 더 영(by the young)’ 개념이었다. 이렇게 한 데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다.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전후해 좌파 성향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반값등록금이 이슈화되었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은 흔들렸다. 그러자 아예 취업준비자금, 지방학생 하숙비 지원금, 결혼지원금 등 세금을 내달라는 투정이 난무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청년들이 일을 해서 국부를 창출하고 세금을 더 내겠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세금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쓸 수 있느냐”고 호통을 치는 어른들은 없었다.
건국 이래 청년위 설치 요구가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나온 이유는 2030세대의 특성에 기인한다. 2030세대는 대중문화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서 윗세대와 차별적인 장점을 지니며, 대기업과 공기업의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청년창업에 뛰어들어야 했던 세대이다. 또한 능력이 있는 인물일수록 정치참여를 꺼리며 자신만의 전문적 분야에 전념한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서 윗세대 권력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식과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이를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크로드CEO포럼의 경우 청년창업 정책에서 무차별적인 자금 지원이 아닌 약간의 제도적 손질만을 통해 창업 성공률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벽에 막혀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전문성이 바탕이 된 기업을 포기하고 정치권으로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바로 이들을 위해서 청년들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바이 더 영’ 개념의 청년위 설치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필자가 대통령 빼고 모든 사람을 만나며 이런 청년위를 만들자고 제안할 때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 설치되지는 못했다. 늘 세금만 달라고 투정하는 청년단체들만 보다 보니, 2030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뛰어난 정책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청년을 위한 별도의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청년창업 정책은 중소기업청에서, 결혼 및 보육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하면 된다. 청년을 위한 별도의 정책을 추진한다며 국민 혈세를 들여 새로운 기구를 만들 이유가 없다.
무차별적 지원이 능사 아니다
우리는 이미 박 당선인의 선대위에 청년창업가, 대중문화 마니아 등 전문가형 청년들이 대통합위 산하 2030미래개척단을 구성하여 10개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들 다수는 박근혜 지지자도 아니지만 자기 정책의 실현을 위해 참여했다. 그러나 전문성만 있고 정치력이 없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청년위 구성 과정에서 묵살되고 또다시 ‘포 더 영’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