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유가족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고 가학적이어서 차마 이곳에 옮길 수가 없다. 공룡 포털 네이버의 아동 성폭력 사건 기사에 달린 ‘음란 악플’ 얘기다. 이 댓글을 올린 악플러들은 지난해 7월 경기 여주에서 일어난 4세 여아 성폭행 사건, 지난해 8월 말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 때 암약(暗躍)했다. 악플이 누군가에겐 평생 마음의 상처를 남길 고문이라는 점을 몰랐던 건지 피해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말의 폭력을 휘둘렀다. 고문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1980년대 얼굴 없는 고문 기술자 이근안처럼….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 회원들은 악플 고문을 자행하는 일부 누리꾼들, 그리고 이들이 활동했던 사이버공간 네이버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작년 9월에는 회원 1091명이 서울중앙지검에 악플러 ID 74개를 제출하며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고소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배당됐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악플러의 신원 정보를 못 주겠다고 버틴 네이버의 책임이 크다.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네이버에 2차례나 공문을 보냈어요.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을 확충하겠다’ 등 뻔한 대답만 돌아왔죠.”(발자국의 한 회원)
수사기관의 태도도 발자국 회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악플러 고소 사건이 수사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성추문 검사 피해 여성의 사진 유포 수사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그것도 같은 서초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한 사건인데도 말이다. 악플의 피해자가 검찰이나 경찰의 가족이었더라도 수사가 이렇게 더뎠을까.
“영화에 나타난 고문 방법이 실제와는 달랐다. 내가 하는 방법이 더 고통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차마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죽고 싶다.”
이근안은 영화 ‘남영동 1985’를 본 소감을 최근 내놓은 자서전 ‘고백’에서 이렇게 썼다. 그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자행했던 물고문과 전기고문, 관절꺾기 등은 이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악플 고문이 똬리를 틀었다. 신체 폭력만 없을 뿐 폭력의 강도와 집요함은 이근안의 고문 못지않다. 속도는 이근안조차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적잖은 연예인이 희생양이 됐고, 이제는 성폭행을 당한 네 살짜리 여자 어린이에게까지 인격 살인이 자행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포털에서 악플을 보고, 신고하고, 지워지지 않으면 전화해서 항의하고….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악플을 피해자 가족이 봤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런 범죄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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