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재미동포 한기석 씨가 뉴욕에서 지하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뉴욕에서 지하철 사고가 또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27일 인도 태생의 시민 한 명이 선로 아래로 떠밀려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변을 당한 것이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흑인에게 떠밀려 사고를 당한 한 씨의 사례도 충격적이지만, 이번 사건은 인종 증오 범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 잔혹함이 더하다. 정신없이 지내 온 지난해를 돌아보며 작게나마 마음의 여유를 내어 이웃과 소박한 정 한 자락 나누고 싶은 연말연시에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한 대학생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의 지하철 영웅들’이란 제목의 이 동영상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주변의 시민들이 아슬아슬하게 구출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모아 편집한 것(www.youtube.com/watch?v=diOJvdip3lc).
발을 헛디뎌 선로 아래로 떨어진 사람과 그를 구출하기 위해 주저 없이 선로로 뛰어든 사람, 그들을 승강장 위로 끌어올려 준 시민들, 간발의 차로 승강장에 도착한 전동차까지 3분 35초의 짧은 시간에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끼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 전원이 내려서 전동차를 밀어 기울이는 대목에서는 울컥하기까지 한다.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하지만 이런 숨은 영웅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도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3400명 이상이 이 동영상을 만든 학생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자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담벼락)에 공유했고, 10만 명 넘게 ‘좋아요’를 선택해 줬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도 3만3000건에 가까운 조회를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2012년 12월 31일 기준).
자신을 열세 살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아!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구나. 진심으로 본받고 싶다”라는 코멘트를 남겼고, 그 외에도 “내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훈훈하네요. 우리의 슈퍼맨들!”, “와! 감동이 밀려오네요. 뉴욕의 돌아가신 분도 이렇게 구할 수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지…”, “눈물난다. 저렇게 찰나의 순간에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뉴욕에서 돌아가신 분 정말 안타깝습니다. ㅜㅜ” 등 감동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코멘트가 이어졌다.
한기석 씨의 사고 당시 뉴욕포스트는 한 씨가 열차에 치여 숨지기 직전의 장면을 신문 1면에 보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사진을 찍는 대신 사람을 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미국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매서운 추위로 시작하는 2013년 새해 아침, 가족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해 오는 따뜻한 감동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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