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인사(人事), 정책, 소통을 꼽았다. 유 의원은 인사에 대해 “유능한 사람을,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야 한다. 친한 사람, 가까운 사람 위주로 골라선 안 되고 혼자서 인사를 해서도 안 된다. 인사는 검증도 해야 하지만 검증 이전에 훌륭한 재목(材木)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때 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친박계의 핵심이었고 누구보다 박 당선인을 잘 아는 유 의원의 고언(苦言)이니 그 의미를 새겨볼 만하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하는 것도 정책과 소통이 결코 인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도 소통도 결국 사람을 통해 하는 일이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고 국민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골라야 좋은 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인사에 대해 박 당선인이 자신과 가깝게 지낸 인물이나 그 주변 사람 위주로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을 받고 있는 인사는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과 청년특위의 하지원 윤상규 위원이 대표적이다. 과거의 막말이나 비리, 불공정행위 같은 전력(前歷)이 인사 발표 뒤에야 드러났다. 이 정도의 전력 검증은 기초 중의 기초다. 한마디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선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밀봉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유 의원은 심지어 괜찮은 인사라는 평을 듣고 있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에 대해서도 “무색무취(無色無臭)하다. 인수위를 너무 친정체제로 끌고 가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충언할 참모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과 박 당선인이 지금은 소원해졌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바른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조만간 인수위원 전문위원 등 실제로 인수위를 꾸려갈 멤버들에 대한 인사를 해야 하고, 국무총리 각료 권력기관장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천해야 할 정부 주요 구성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도 앞두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인선 원칙을 탕평(蕩平)과 전문성에 두고 있다고 한다. 반대세력을 끌어안으려는 국민통합과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의식한 포석이다. 적합한 인물을 찾으려면 눈을 주변에서 멀리, 밖으로 돌려 폭넓은 인력 풀을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탕평에 적합하고 유능한 인물이라 해도 도덕성에 하자가 있으면 좋은 인사라 할 수 없다. 흠결 없는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폐쇄적인 인사 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하고 검증 시스템도 철저히 가동해야 한다. 권력의 불꽃을 향해 몰려드는 불나방들도 경계해야 한다.
인수위 윤 대변인은 어제 “인수위원 임명은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면서 “인수위원으로서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수위 초기 인사로 스타일을 구긴 만큼 인수위원 인선에 대한 박 당선인의 부담이 클 것이다. 박 당선인은 정말 좋은 인재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박 당선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