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외국인들이 살기 힘든 나라다.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나 사회의 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중에서도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우나 사회안전망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재 한국에는 외국인 체류자가 144만 명이 있다. 이 중 외국인 근로자가 55만 명으로 가장 많고 외국인 투자자, 유학생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은 결혼이민 외에는 이민을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 같은 단기 거주자는 관리의 대상일 뿐 장기 정착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 게 사실이다.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려면 더 많은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정책연구원이 법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이민자 300만 명이 필요하다. 현재 130여만 명, 총인구의 2.5% 수준인 이민자를 6%로 늘리자는 제안이다. 그러지 않으면 노동인구 감소, 경제성장 저하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생산과 소비의 주역인 젊은층이 줄고 고령층이 늘면 경제는 위축되고 기업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일자리가 줄어 저출산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민을 통한 ‘수혈’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참에 외국인에 대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외국인 및 다문화 관련 정책은 총괄 개념과 법률 체계가 미비하고 부처 간 중복과 비효율이 빚어지며 사각(死角)지대가 많다. ‘이민법’을 만들어 출입국관리법과 난민법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법들을 정비하고 부처별로 집행하는 정책을 조정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민청 설립을 논의할 때가 됐다. 10년 이상 장기 체류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이민정책연구원의 제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보다 앞서 선진적인 이민정책을 마련했던 유럽 국가들조차 요즘 이민자 배척과 인종 차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만큼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은 고급 과학기술 두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세계 최강국이 됐고, 일본은 순혈주의를 고집하다 고령화와 장기 불황에 빠졌으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성장동력을 보완해 줄 고급 해외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장단기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민을 오고 싶어 하는 나라, 그런 나라에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