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연예병사’의 외박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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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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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병사’의 정식 명칭은 국방홍보 지원 대원이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1996년 12월 발족했고 ‘사회에서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MC, 음악 작·편곡자 등 해당 분야별로 전문가로 활동하다 입대한 자 중 국방홍보지원대에 선발된 병사’를 뜻한다. 영화배우와 탤런트는 주연 또는 조연급 활동 경력이, 개그맨은 TV 프로그램 출연 여부가 선정 기준이다. 대부분 공모에 지원한 현역병 중에서 선발하지만 국방홍보원이 국군방송이나 위문열차 공연 등에 필요한 자원을 콕 찍어 뽑기도 한다. 21개월의 복무기간이나 월급 등은 일반병사와 다를 바가 없다.

▷국방부는 수천만 원 또는 수억 원의 개런티를 줘야 할 연예병사를 월급 10만 원도 안 주고 부린다. 그러다 보니 일반병사보다는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듯하다. 연예병사는 ‘일빵빵(100·특별한 주특기 없는 일반 보병의 분류번호)’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훈련소를 두 번 간 싸이도 두 번째 복무는 연예병사를 택했다. 휴가일수를 보면 연예병사가 왜 ‘꽃보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반병의 경우 3차례의 정기휴가(총 28일)와 신병 위로휴가(5일), 포상휴가(10일 이내)를 다 합쳐도 50일을 넘을 수 없지만 연예병사들은 70∼80일이 보통이다. 100일을 넘긴 경우도 허다하고 2011년 8월 제대한 붐은 휴가 일수가 150일이었다. 보통 군인에게 10일로 한정된 공식 외박 일수도 연예병사들에겐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올 7월 제대하는 가수 비와 톱스타 김태희의 교제설이 터지면서 연예병사의 휴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포상휴가와 위로휴가로 22일만 사용했지만 10일의 공식 외박 이외에 34회의 외박과 44일의 외출이 문제가 됐다. 다른 병사들은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에 칼바람을 견디며 군사분계선 철책을 지키고 있는데 비는 외출, 외박을 밥 먹듯 한 것처럼 비친다. 인터넷의 분노에는 한때 만인의 연인이었던 김태희의 남자가 된 것에 대한 시샘도 작용하는 것 같다.

▷비의 외박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국방홍보지원단이 기획한 ‘K-pop 특집콘서트’에서 최고의 무대를 꾸미기 위해 일과 시간 후에 6명의 안무팀과 밤샘 연습을 하느라 공무상 외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류 스타들이 수억 원의 개런티를 받고 공연한 반면 비가 사실상 무료로 국가행사를 홍보한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남침 공비를 사살하거나 사단이나 연대 단위 사격대회에서 특등사수가 돼야만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는 45만 병사들이 선뜻 수긍할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동갑내기(31세)인 현빈이 해병대 현역 시절 포상휴가를 반납했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연예병사#비#김태희#휴가#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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