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효섭]건설노동자도 전문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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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은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 세계 15위 국가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무분별한 공사, 수주를 위한 업계의 비리, 그리고 건설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이 쌓여 건설업을 비하하는 ‘토건족’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무분별한 공사 및 업계 비리는 발주처와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건설 근로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국내 건설 산업 발전 및 사회적 약자 보호 차원에서 정부와 건설업계가 함께 해소해야 한다.

건설기능 인력은 약 131만 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의 5.4% 정도다. 이들은 화이트칼라(사무직)와 블루칼라(현장 생산직) 노동자와 달리 고용이 불안정하고, 3D 업종에 종사하며 근로자의 권리와 보호를 위한 제도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옐로(Yellow)칼라 노동자다. 또 내국인 건설기능 인력 중 50대 이상의 비중이 50%에 육박해 만약 이들이 은퇴한다면 건설기능 인력의 공동화 현상으로 국내 건설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기능 인력 고령화에 대비하고, 대졸 미만 청년층의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건설기능 인력에 대한 배려 및 처우 개선과 이들의 자발적 고용시장 참여 기회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건설기능등급제 도입이 필요하다. 건설에 대한 젊은층 기피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경력 및 자격증 등을 종합해 현재 기능 인력을 초·중·특급으로 세분하자는 것이다. 또 등급에 따라 임금과 정규직 취업 기회가 확대되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도 마련되어야 한다. 업체의 경우 등급별 기능인력 보유 여부가 입찰과 시공능력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또 산업적 차원의 교육훈련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설 산업의 노사, 국토해양부, 고용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 교육훈련 및 자격증 담당자가 모여 각종 건설기능 인력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내놓는 전담 상설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건설현장 담당자는 건설기능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자격증들이 현장의 현실과 연계되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교육훈련 및 자격증 담당자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거친 건설기능 인력들의 취업을 건설현장 담당자와 의논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각 건설산업계 당사자와 담당 부처인 국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에도 모든 사업주가 운영재원을 분담하는 수공업회의소가 건설기능 인력들에 대한 교육훈련 및 자격증 발급 체계를 주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금 체불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국내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기능 인력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들의 임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또 최저입찰로 낮아진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일부 건설업체는 임금을 줄이거나 체불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인력들이 들어올 리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건설공사 원가산정 때 건설기능 인력의 직종별, 지역별 임금 하한선을 정하고, 건설업체들이 응찰 때 이들 임금을 뺀 다른 원가요소로 경쟁하는 방식인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건설업#건설노동자#전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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