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동용]興信所의 ‘인간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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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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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 2월 22일 밤 에이브러햄 링컨이 탄 특별열차가 웨스트필라델피아에 섰다. 그가 도착했다는 전신(電信)은 다음 기착지인 볼티모어로 타전되지 않았다. 대기하던 마차를 탄 링컨은 예정에 없던 노선의 기차역으로 가서 침대칸에 올랐다. 다음 날 오전 3시 반 볼티모어에 도착한 링컨은 또 다른 기차로 갈아탔고 세 시간 뒤 밤도둑처럼 워싱턴에 들어섰다. 대통령 취임식 8일 전이었다. 볼티모어에서 분리주의자들이 23일 링컨을 암살하려 계획을 짰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챈 사람이 앨런 핑커턴이었다. 그는 기차 스케줄을 바꾸고 전신국을 장악해 링컨을 구해냈다. 그가 1850년 차린 ‘핑커턴 내셔널탐정사무소’가 미국 제1호 사설 탐정사무소다.

▷1892년 일본 오사카(大阪)에 만들어진 ‘상업흥신소’는 일본의 첫 번째 신용조사업체다. 메이지유신 이후 산업이 발전하면서 증권거래가 활발해지자 상대방 업체의 신용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이를 대행하는 업체가 흥신소였다. 말하자면 일본 사설탐정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사설탐정과 흥신소를 모두 허용하는 일본에서 탐정업체의 주요 업무는 신청인 배우자의 바람기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사람을 헤어지게 만드는 ‘이별 공작’이나 결혼하려는 상대의 과거를 알아보는 ‘혼전(婚前) 조사’까지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흥신소를 찾는 예비 신랑신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결혼시장에서 ‘스펙’이 중시되면서 결혼 상대의 재산과 학력, 직업, 연봉 등을 확실히 캐 보겠다는 수요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기존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편이나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뒷조사를 요청했다면 지금은 예비부부로 고객층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뒷조사는 있었던 모양이다. 1962년 10월 20일자 동아일보에는 ‘선을 본 남녀가 서로 비밀리에 상대방의 신상조사를 똑같은 흥신소로 의뢰해왔는데 조사해 보니 양쪽이 모두 엉터리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흥신소가 한 사람의 과거를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재산명세서부터 이성관계, 생활습관, 술버릇까지 알아낸다. 여성의 낙태 여부는 물론이고 처방받은 약을 추적해 성병과 기타 병력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흥신소도 있다고 한다. 기사를 읽으면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도 이런 흥신소들이 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괴한 발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출범하면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인사 검증에 실패해 망신당한 사례를 돌이켜 보면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니다.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의 존안자료를 동원한 인사 검증이 때로는 흥신소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 문제가 있다. 차기 정부가 인사 검증 실패로 초장부터 국민의 신뢰를 잃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민동용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흥신소#인간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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