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순채]아동음란물 보는 사람들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정순채 서울동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
정순채 서울동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
2일 법무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성폭력범죄수형자 288명(13세 미만이 87명)과 일반인 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아동음란물과 성범죄의 상관관계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범죄 범행직전(최대 7일전)에 아동 음란물을 본적이 있다”고 답한 아동 성범죄자는 16%로 일반성범죄자(7%)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또 성범죄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평소 아동·폭력 음란물을 집중적으로 찾아보는 ‘고사용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들은 아동음란물을 보려고 PC방이나 유료 성인사이트를 적극 이용했다.

지난해 3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우리나라도 아동음란물 유통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마련됐다.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이를 전시·상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단순히 갖고 있기만 해도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물론 아동음란물인지 모르고 실수로 다운받았다가 곧바로 삭제한 경우는 제외한다.

아동음란물을 규정하는 내용도 엄격해졌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경우뿐 아니라 출연자가 교복을 입은 것도 해당된다.

경찰은 지난해 5∼10월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집중단속을 펼쳤다. 총 6417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27.3%(1758명)가 아동음란물 때문에 붙잡혔다. 1758명 중 500여 명은 영리목적으로 제작배포한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다운로드해 소지한 사람들이었다.

“아동음란물 보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이는 모르는 소리다. 법무부 발표에서 보듯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1758명 중 일부는 “계속 보다 보면 ‘어린아이랑 성관계를 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아동포르노 생산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반인이 몰래 찍은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사진, 화상채팅으로 찍은 영상이 웹을 떠돌아다닌다.

실제 범죄와 아동음란물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전남 나주의 한 주택에 침입해 잠자던 일곱 살 아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은 성인 남성이 여아와 성행위를 하는 일본 아동포르노에 평소 빠져 살았다. 경남 통영에서 열 살 아름 양을 성폭행하려 끌고 가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점덕은 범행 전날 아동음란물을 52편이나 보았다.

아동음란물이 성의식을 삐뚤게 만들고 증폭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하다가 2단계는 중독되고, 3단계는 일반적인 것으로 오인하여 최종적으로는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아동 음란물이 범람하는 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인터넷 사용자들이 열광하는 ‘토렌토’ 때문이다. 토렌토란 사용자들끼리 파일 조각들을 공유하여 다운받는 형식의 공유 프로그램인데 무료인 데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경찰은 유통경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해외 음란물의 국내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아동과 청소년을 성인의 욕망의 대상으로 그린 아동음란물은 잘못된 것이며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사회가 줘야 한다. 도덕적이지 않은 것에는 사회가 강력한 빗장을 채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을 악마의 손에서 구해내는 길이다.

정순채 서울동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
#아동음란물#아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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