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Hot 피플]나기브 사위리스 이집트 오라스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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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철권에 맞선 간 큰 기업인

사진 출처 naguibsawiris.com
사진 출처 naguibsawiris.com
이집트 혁명의 물결이 지나간 지금 재벌이 살아남기는 매우 힘들다. 무바라크 정권의 잔재와 정실인사를 타파하는 데 재벌이 타깃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소신 있게 자기 사업을 늘리고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는 괴짜 사업가 겸 정치가가 있다. 포브스에 이집트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재벌로 소개됐던 나기브 사위리스(56·사진)다. 그는 31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아버지 온시 사위리스에 이어 이집트에서 2번째 부호다.

나기브 사위리스는 오라스콤 통신사 회장이다. 그의 두 남동생은 각각 오라스콤 건설사와 오라스콤 호텔 및 개발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철도 정보기술(IT) 통신사업에도 발을 넓혔다. 이집트에서 시작한 통신사업은 알제리, 짐바브웨, 북한 등 6개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이용자만 1억여 명에 이른다.

오라스콤의 비약적 발전에 대해 그는 “나는 돈 버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번 돈, 이룬 업적이 모두 내 노력, 진실성, 평판, 배경, 교육, 집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나는 쉽게 돈 버는 것을 싫어하고 그렇게 번 돈은 기쁘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괴짜 사업가인 사위리스 부자는 돈에 대한 관념도 특이하다. 일생을 사는 데는 10억 달러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제군주나 독재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전제군주들이 왜 10억 달러만 (국민에게서) 훔치고 나머지는 민중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왜 10억 달러냐”라는 질문에는 “(전제군주 등의) 복리후생비, 비행기, 보트 등까지 생각한 것”이라며 “물론 최소한의 금액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 분석가는 오라스콤은 정권을 매수하기보다 철저한 수색을 택할 정도로 투명한 회사라고 평한다. 사위리스는 다른 재벌에서 연이어 발각되는 부정부패와 관련해 “나는 매우 떳떳하다”라며 “잘못한 사람들은 걱정이 되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걱정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바라크 정권 밑에서 커온 재벌들과 달리 동결된 자산도 없고 출국 금지 명령을 받지도 않았다.

그는 솔직함과 진실성 덕분에 평판이 높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유롭게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이집트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활발하게 정치적 활동을 하는 자유로운 애국주의자로 알려졌다. 또 진보적인 정당을 만들고 자신의 방송사와 신문사를 통해 혁명에 대해 집중 보도를 해 왔다. 그의 언론은 시위대와 무바라크 정권을 매개하는 매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나는 언제나 특정 정당을 편든 적이 없다”라며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내 의견을 피력해야 할 때는 목소리를 낸다”라고 말했다.

사위리스는 성격 못지않게 종교적 성향도 매우 개방적이다. 그의 종교인 기독교는 이집트 인구 8000만 명 중 10%밖에 안 된다. 이집트에서 기독교도는 자신의 종교를 떳떳하게 말하고 다니기 힘들고 지난 몇 년간 종교적 박해를 받았다. 기독교 고등학교를 나온 나기브 사위리스는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나의 힘은 돈이 아니라 종교에서 나온다”라고 말할 정도로 믿음이 깊다.

사위리스는 무바라크 정권의 편을 든 적이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무바라크 정권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오라스콤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 칼레드 비카라(39)가 해외 출장도 제쳐 두고 시위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말리지도 않았다. 비카라와 몇몇 친구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두들겨 맞기도 했다.

사위리스는 정말 괴짜 사업가다.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사위리스의 고위험 국가를 대상으로 한 집중 투자를 예로 들며 “무질서와 혼란을 열렬히 받아들이는 그의 경영 방식이 신흥국가의 기업이 살아남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법, 금융, 교통, 통신 환경이 미비하고 정치적 리스크가 큰 국가는 피한다. 하지만 사위리스의 오라스콤 통신사를 포함한 많은 신흥국 기업은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더 강해졌다.

오라스콤은 1950년 작은 건설사로 시작해 고속도로와 쇼핑몰 사업을 통해 커졌다. 한때 정부가 회사를 공유화하려 했을 때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후 민간 기업에 호의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선진국 대기업들이 정치적 위험 등으로 신흥국가에서의 통신사업을 꺼리는 것을 틈타 이 분야에 진출해 큰 이득을 거뒀다.
사위리스는 요르단(1999), 예멘(2000), 파키스탄(2000) 등 고위험 국가를 선택적으로 집중 공략했다. 북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바로 ‘혼란을 열렬히 받아들이는 사업’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처음부터 북한에 들어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오라스콤은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탐이 나 북한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다. 2007년 50%의 지분과 노동력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1억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북한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2008년에 25년간 유효한 통신 사업 독점권을 따냈다.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 없고 라이선스 수수료도 내지 않는 황금기회였다. 이후 오라스콤은 105층짜리 평양 류경호텔 등 북한 내 건설 사업에도 손을 뻗을 수 있었다. 오라스콤이 북한과 같은 고위험 국가에서 사업에 성공한 것은 바로 윈윈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사회기반시설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현금이 없는 북한으로부터 사업 독점권, 광산 채굴권, 원자재 이용권과 같이 유리한 사업 조건을 따낸 것이다.

이수진 통·번역가

(참고=BBC, 뉴욕타임스 잡지, 포브스 잡지, 블룸버그, 타임스 잡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나기브 사위리스#오라스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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